미국의 해병대와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미 해병대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방미 첫 일정으로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국립박물관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헌화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면서 ‘흥남철수 작전'과 관련된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러면서 “미 해병 1사단이 장진호 전투를 통해 적(중공군 및 북한군)의 진격을 막아내며 흥남철수 작전을 가능케 해 문 대통령의 부모가 안전하게 피난할 수 있었다. (흥남철수 작전) 3년 후 미래의 대통령(문재인)이 태어났다”고 소개했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1일까지 17일간 미국 제1해병사단 1만5000여명과 우리 육군 제7사단 3000여명이 함경남도 장진호 인근을 둘러싼 중공군 7개 사단 12만여명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이동한 전투를 말한다. 흥남 출신인 문 대통령의 부모도 '흥남철수 작전'을 통해 부산으로 피난 온 피난민 출신이다. ‘흥남철수 작전’ 3년 뒤인 1953년 경남 거제에서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미 해병대 페이스북은 29일 문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참배하는 모습을 실시간 생중계했다. 문 대통령이 해병대 박물관에 도착하는 장면부터 로버트 넬러 해병대 사령관의 축사와 문 대통령의 헌화 기념사, 참전용사들을 만나는 모습 등이 30여분 동안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67년 전인 1950년 미 해병들은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치렀다. 그들이 한국전쟁에서 치렀던 가장 영웅적인 전투가 장진호 전투였다”면서 “여러분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고마움을 세상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존경과 감사라는 말로는 너무나 부족한 것 같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문 대통령의 방문을 생중계로 영상을 본 미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 영상은 30일 현재 약 40만명이 시청하고 2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참전용사 가족들은 댓글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다음은 미 해병대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다.
“저희 아버지는 1사단 출신으로 장진호 전투에 참가하셨습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께서 이들의 헌신을 인정해주셔서 너무나도 기쁩니다”
“저의 아버지 빌 버튼 대령은 2차대전과 한국전쟁에 참전한 1사단 용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아버지께서도 하늘에서 환히 웃고 계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우리 형제 자매를 위한 훌륭한 말씀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겸손하셨고 우리 형제들의 헌신에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감사의 말을 듣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진심으로 감탄스럽습니다.”
"타국의 정상이 미국을 처음 공식 방문해 우리 해병에 경의를 표했습니다. 60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잊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산사나무(winter king)를 심으신 건 정말 멋진 선택이었습니다. 고통과 용기를 향한 가시, 새로운 삶의 환희와 결실, 그리고 우정의 과실까지 오늘 이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어 기쁩니다.”
“저희 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오키나와 전투보다도 훨씬 더 힘들었다고 말하셨습니다. 한반도는 치가 떨릴 정도로 추웠고, 많은 전우가 포화 속에서 쓰러져 갔다고 하셨습니다.”
“제 남편인 개리슨 기그는 한국전쟁 당시 맹추위로 유명한 장진호 전투에 참전했습니다. 그는 지금 천국의 문을 지키고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장진호 전투 참전용사 중 한 명이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은성 훈장과 퍼플하트 훈장을 받으셨습니다. 우리는 아버지를 2007년 알린텅 국립묘지에 안장했습니다. 아버지는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저의 영웅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희생한 모든 분들께 영원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자유는 거저 주는 것이 아님을…"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동맹은 피로 맺은 혈맹”임을 강조한 전날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연설에 대해 “매우 훌륭하고 감동적 연설이었다”면서 “어제 연설에 대한 칭송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다. 축하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