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내외를 백악관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안내했다. 링컨룸과 트리티룸이다. 링컨룸은 미국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침실로, 문 대통령의 ‘친구’ 노무현 전 대통령이 14년 전 들렀던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밤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 상견례와 만찬을 마친 문 대통령 내외에게 “사적인 공간을 둘러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예정에 없던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선뜻 응했다. 백악관 1층에 있던 양국 대통령 내외는 3층으로 올라갔다.
백악관 3층은 미국 대통령 가족의 사적 공간이다. 트리티룸은 대통령의 개인 집무실이었고, 링컨룸은 침실이었는데 지금은 전시관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 등 과거 미국을 방문했던 정상에게 침실로 내주기도 했다. 처칠 전 수상이 1943년 링컨룸에서 링컨 전 대통령의 유령을 목격했다고 말한 일화로 유명하다.
링컨 전 대통령은 이 방에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라는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작성했다. 이 연설문 원본은 지금 링컨룸 유리상자 안에 보관돼 있다.
노 전 대통령도 2003년 5월 15일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링컨룸을 둘러봤다. 노 전 대통령은 링컨 전 대통령으로부터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지도력, 통합의 지도력과 같은 정치적 영감을 얻었다. 2001년 링컨 전 대통령의 전기 ‘노무현이 만난 링컨’을 직접 펴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고 19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부터 친구였던 문 대통령의 링컨룸방문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문 대통령 내외에게 링컨룸을 직접 안내했다. 문 대통령 내외에게 링컨 전 대통령의 책상에 앉도록 권유하고 게티즈버그 연설문을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책상에 앉아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아들 배런을 재우고 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다. 문 대통령 내외는 트럼프 대통령, 양국 통역과 링컨룸에 남았다. 양국 정상 내외가 각각 통역만 대동해 백악관 3층으로 올라간 시간은 오후 7시52분. 백악관 밖으로 나온 시간은 오후 8시4분이었다. 약 12분 동안 사적인 공간에서 내밀한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더 돈독하게 쌓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