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말 안듣는 아이 -행동 수정 이렇게 하라

입력 2017-06-30 09:09 수정 2017-07-03 08:27
이호분 연세누리정신과 원장
병원을 찾은 부모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문제 행동은 ‘말을 안들어요’이다.

즉 어떤 지시를 했을 때 바로 따르지 않는단 것이다. 행동이다. 물론 아이가 기계가 아닌 다음에야 지시를 바로바로 수행하지는 않겠지만 하루 종일 ‘숙제해라’ ‘세수해라’ ‘양치질 해라’ 등 수십번 반복해도 듣지 않으면 아무리 인내심이 강한 부모라도 화를 내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부모는 ‘우리 아이는 부모가 화를 버럭내기 전에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게 돼 집안은 전쟁터가 된다. 아이 마음엔 분노가 쌓여 ‘수동 공격성’ 즉 화나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해 뭉기적거리며 시간끌기, 딴전 피우기 등이 나타나거나 직접적인 반항이 생긴다. 둘다 상황을 악화시키기는 마찬가지이고 부모를 더욱 화 나게 한다.

말을 안듣는 아이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선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대처법이 있다. 오늘은 ‘토큰(칩)을 이용한 행동 수정’을 소개 하려 한다. 이는 학교나 유치원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부모님들에게도 익숙한 ‘스티커 제도’이다. 어떤 부모나 한번쯤 시도해 보았으나 성공한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패의 원인을 찾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실패하지 않는 토큰행동 수정 원칙을 알아보자.

첫째 아이와 먼저 소통을 하고 아이 의견을 반영해 행동의 목표, 방법을 정해야 한다. 아이는 자신이 주체적으로 참여 했을 때 책임감을 갖고 약속을 지키려 하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아이에 맞게 잘 선택해야 한다. TV 보기, 게임하기, 외식하기, 장난감 사기, 소풍 가기 등 매일 얻을 수 있는 특권부터 쉽게 얻을 수 없는 특권까지 넣어 목록을 작성한다. 단 학용품이나 옷처럼 필수품들을 특권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권은 10개 이상, 이 중 25%는 며칠 동안 칩을 모아야지 가능한 특권을 넣도록 한다.

셋째 아이에게 바라는 행동들의 목록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부모의 욕심 때문에 너무 많은 행동 목록을 포함시켜서는 실패하기 쉽다. 아이가 기억하기 쉽게 3개 정도의 행동목표를 정해야 한다. 세수하기, 장난감 정리하기, 숙제하기, 욕하지 않기, 남 때리지 않기 등이다. 그리고 행동수정의 목표는 아이가 토큰을 받고 원하는 보상을 받는데 성공하게 하는 데 있다. 아이가 성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목표점을 설정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보상은 1주일 이내에 받을 수 있는 난이도로 정해야 한다. 아이가 시작부터 토큰의 목표량을 달성 못했다면 그 계획은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완벽한 아이를 원하는 아니라 지금보다 행동이 나아진 아이를 원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은 한 번 지시를 받았을 때 일을 해야지만 칩을 얻을 수 있다는 점과 반항적인 아이에게는 잘못했을 때 토큰을 뺏는 식의 규칙은 적합하지 않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너무 심한 건 아닐까'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라는 지나친 걱정으로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는데, 아이는 원칙이 없으면 오히려 불안해진다.

부모가 바른 지침을 알려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른 채 성인으로 자라게 된다. 부모는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세상의 원칙과 바른 지침을 자녀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