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트럼프 만찬 테이블에 '비빔밥' 올랐다

입력 2017-06-30 09:00

한국의 대표적 서민 음식 '비빔밥'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찬 테이블에 올랐다. 29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쯤 워싱턴 백악관에서 진행된 환영만찬은 '허브로 조미한 캐롤라이나산 황금미(米) 비빔밥'이 메인 메뉴 자리를 차지했다. 비빔밥은 '겨자를 발라 구운 도버 솔(도버해협에서 잡히는 생선)'과 함께 제공됐다. 

방미 이틀째인 이날 문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백악관 중앙관저 입구에 나와 기다리다 도착한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맞이했다. 두 정상 내외는 악수를 나누며 인사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15분간 중앙관저 외교접견실(Diplomatic Reception Room)에서 단독으로 상견례를 했고, 문 대통령 내외를 위한 리셉션 행사와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하는 환영만찬이 이어졌다. 한·미 양국 정상의 공식 만찬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빈 방미 때가 마지막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악관에서 각국 정상과 여러 차례 회담이 진행됐지만 정상 내외가 함께 참석하는 만찬은 처음이다. 앞서 미국을 공식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했지만 정상 내외가 함께하지는 않았다. 환영만찬은 국빈방문 또는 그에 준하는 외국 정상 방문에 포함되는 필수적 의전 절차로,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 깊은 신뢰와 환대의 뜻을 표시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만찬 메뉴는 다음과 같이 구성됐다.

▲ 전채 : 단호박 맑은 수프와 제철 채소로 만든 케넬 (Kabocha Squash Consomme and Summer Vegetable Quenelles)

▲ 메인 : 겨자를 발라 구운 도버 솔과 차이브 버터 소스, 허브로 조미한 캐롤라이나산 황금미 비빔밥 (Mustard Glazed Dover Sole, Chive Butter, Herbed Carolina Gold Rice Bibimbap)

▲ 후식 : 복숭아와 라스베리로 만든 테린, 바닐라-계피향 쇼트크러스트 및 복숭아 소르베 ( White Peach and Raspberry Terrine with Vanilla and Cinnamon Shortcrust and Nectarine Sorbet)

▲ 와인 : 캘리포니아 소노마産 백포도주 '하트포드 코트 파 코스트 피노누아' (Hartford Court Far Coast Pinot Noir)

케넬은 재료를 으깨 빵가루나 계란으로 덧입혀 굽거나 찐 프랑스식 요리를 말한다. 와인은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해 레드 와인이 추가로 나왔다. 비빔밥이 정상회담 만찬장의 메인 메뉴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에게 방미 기간 중 블레어하우스 3박을 제공하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부부동반 만찬'을 개최하는 등 파격적인 예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편,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첫 만남을 가진 이날 나란히 파란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색상과 톤이 거의 똑같은 '밝은 파랑'이어서 같은 제품으로 보일 만큼 흡사했다. '일부러 맞춰 입은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서로를 닮은 옷차림이 사전에 조율된 '드레스 코드'였다면 이 파란색은 문재인정부와 트럼프정부의 한미동맹을 상징하는 '동맹의 색깔'이 되는 셈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은 30일 오전 백악관에서 진행된다. 이후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