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보균 행정자치부 차관은 29일 오후 광화문1번가에서 한국모금가협회 주관으로 개최된 ‘열린포럼’ 마지막 무대에 올라와 “세계 75위 수준의 기부지수를 개선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 곽숙영 국장(사회서비스정책관)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활성화하기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며 “푸드뱅크도 생필품으로까지 확대하고, 장기기증 및 헌혈을 활성화하는 생명나눔운동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는 사회혁신수석실을 신설해 행정자치부와 협의를 갖고 영국과 같은 재단을 통해 시민활동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채홍호 행자부 국장(지방행정정책관)은 “기부금품모금법을 개정해 모금충당비용을 현행 15%수준에서 25~30%수준으로 끌어올려 비영리단체당 4명 정도가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기부중개인제도를 법제화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고 기부도 활성화하겠다”며 “민간에서 제안한 ‘기부자의 날’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는 “3만5000개의 우리나라 비영리 공익단체 중 1만개 기관에 2명 정도를 인턴십으로 배치해 운영할 경우 2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며 “비영리분야 경제규모를 확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황 상임이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로봇이 할 수 없는 것이 모금”이라고 강조했다.
황 상임이사는 1명으로부터 최고 150억원을 기부받은 선례를 갖고 있는 20년차 모금전문가다.
아름다운재단 연구교육팀 전현경 간사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필란트로피(민간기부)’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민간기부는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통해 민주주의를 번창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정부가 예산부족부분과 관련, 기부금으로 예산을 대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프론티어 부분을 인정할 경우 협치가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첫 기부자인 위안부 출신 김군자 할머니의 경우 2000년 당시 장례비를 뺀 나머지를 재단에 기부하면서 위안부로서의 설움보다 배우지 못한 설움이 컸다며 총 1억원을 기부해 고아원에서 퇴소한 전국 곳곳의 아동 200여명에게 장학금을 주는 프로젝트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할머니는 아산병원응급실에 입원했을 당시 한 간호사로부터 “어, 할머니”라는 말을 듣고 사연을 확인한 결과 이 간호사가 할머니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간호사로 성장해있는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민구 고려대 수석 펀드레이저는 “행복을 전하는 사람이 바로 펀드레이저”라고 설명했다.
모금활동 15년차인 이씨는 “대학생때 해운대 앞에서 부럼깨기 행사를 하면서 3시간동안 21명에게 1000원씩 2만1000원을 모금한 경험을 한 5년 뒤 사랑의 열매에서 아너소사이어티를 설계해 현재까지 1600명이 1600억원을 조성하는데 일조했다”며 모금가의 역할에 대해 알기쉽게 설명했다.
그는 “1억원 기부자들이 30억원을 돌려받는 가치를 느낀다고 한다”며 “1600억원의 30배인 4조8000억원은 K뷰티산업을 통해 한해동안 해외수출을 한 규모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부한 사람들의 공통어가 바로 ‘행복’이라고 주저없이 정의했다. 기부자들은 한결같이 기부한뒤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승일희망재단 박성자 상임이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비영리재단을 이끌게 됐는지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2002년 동생이 루게릭병에 걸린 뒤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움직일 수 있는 단 하나의 신체인 눈을 가진 동생의 희망이 그를 움직였다는 것이다.
특히 2014년 아이스버킷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돼 얼음물 뒤집어쓰기 캠페인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짧은 시간에 국민들에게 알려지고 모금에도 성공함에 따라 모금액의 10%를 희귀질환 환우들을 위해 기부한 사실도 소개했다.
박 상임이사는 “법정기부금 단체로 기부금이 쏠리고 있는 현상을 새정부가 개선해야 지정기부금 단체들도 살 수 있다”며 “35억원 모금액에 대한 분석결과 5000원 비율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들은 노크를 해도 반응이 거의 없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인물사진작가 조세현씨는 이날 첫번째 이야기 손님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조씨는 “문화적 나눔만이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노숙인들도 조세현한테 들었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장동건·고소영씨가 1억원을 지원한 것도 재능나눔에서 시작됐다”며 “문화적 나눔은 양극화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