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아세요?” 우병우, 증인으로 나온 장시호 직접 신문

입력 2017-06-30 00:53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방조 혐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재판에 장시호 씨가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최순실(61)씨 조카 장시호(38)씨와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법정에서 만났다. 장씨는 우 전 수석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 검증 자료를 받아왔다”는 등의 증언을 했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직무유기) 등을 받고 있다. 장씨의 말을 들으며 코웃음을 치던 우 전 수석은 직접 장씨를 신문하며 적극 방어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부장판사 이영훈)의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장씨는 1심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된 지 3주 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장씨는 “평소 최씨는 다수의 인물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는데 해당 인물에 대한 민정수석실 검증자료를 받아온 것으로 아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최씨는 아침마다 청와대에서 밀봉된 여러 서류를 받는다”며 “제가 본 것만 해도 꽤 많다”고 말했다.

최씨의 지시로 인사 관련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한 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교체됐다는 증언도 했다. 장씨는 “지난해 2월 최씨 지시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에게 인사 관련 서류를 받아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전달했다”며 “이후 문체부 1차관이 박민권에서 정관주로 교체됐다”고 했다.

또 “영재센터와 관련해 최씨로부터 ‘민정’(민정수석실)이 자꾸 너희를 주시하니 관리를 잘 하라’ 이야기를 들었다”며 “민정이 뭐하는 곳인지 몰라 직원들끼리 인터넷에 검색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5시간 넘게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우 전 수석은 코웃음을 치거나 입술을 깨물었다. 증거서류가 나오면 양옆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무언가를 적었다.

우 전 수석은 장씨를 직접 신문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갈 때쯤 우 전 수석은 변호인 신문 도중 직접 증인에게 질문했다. 재판부에게 미리 알리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 전 수석은 “최씨가 어떤 취지로 ‘민정이 보고 있다’고 한지 아느냐” “저를 아시느냐”고 질문했고, 장씨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선 증언을 마치고 돌아가는 장씨에게 “똑바로 살아라”라고 외치며 소란을 일으킨 방청객 2명이 퇴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