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당 앞 십계명 기념비 하루 만에 박살… 뜻밖의 범인

입력 2017-06-29 17:10
2년이 넘는 투쟁 끝에 미국 아칸소 주 의사당 앞에 세워진 십계명 기념비가 설립된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났다. 범인은 뜻밖에도 기독교 우익 과격 분자였다.

patheos.com 캡처

기독교 전문 웹진 파테오스는 “마이클 테이트 리드(32)라는 기독교인이 지난 27일 아칸소 주 의사당 앞에 세워진 십계명 기념비를 자동차로 들이받아 기념비가 크게 훼손됐다”고 2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리드는 기독교 우익 과격파로 범행 직후 체포됐다. 리드는 2014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오클라호마 주에 있는 십계명 기념비를 훼손한 전적을 갖고 있다. 당시 그는 “조울증으로 약물을 처방 받았다”면서 “악마가 조종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현재 풀라스키 카운티 감옥으로 연행됐다. 

훼손된 십계명 기념비는 건립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아칸소 주는 의사당 앞에 십계명 기념비를 세우기까지 2년이 넘는 투쟁을 벌였다. 2만6000달러가 넘는 설립 비용은 개인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아칸소 주 의회 직원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리드의 범행은 계획적이었다. 리드는 범행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예수님을 사랑하고 율법에 따라 살고 있지만 정치와 종교는 분리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십계명 기념비는 이에 위반되기 때문에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동영상을 올렸다. 아울러 범행에 사용할 자동차 구입비 등을 마련한다며 시민 기금 캠페인을 홍보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자유(Freedom)”라고 적은 뒤 곧바로 기념비를 향해 돌진하는 자신을 영상으로 촬영했다.

아칸소 주의 기독교적 행보가 이번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자유인권협회와 사탄 교의 일종인 사탄의 신전(The Satanic Temple) 등은 십계명 건립을 놓고 노골적으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면서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종교자유재단은 “아칸소 주가 십계명 기념비를 세우면서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공공기물을 파손한 범행은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박영은 대학생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