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야산에 설치된 불법 덫에 걸린 백구가 다리 한쪽을 잃었다. 덫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다 부상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은 형편이 넉넉치 않아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백곰이'란 이름을 가진 개는 뼈만 남은 상태로 지내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백곰이의 사연이 최근 SNS를 통해 퍼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사연을 본 다음 카페 '동행세상'이 원활한 치료를 위해 주인과 접촉했고, 개를 돕기로 결정했다. 유기동물을 돕는 이 카페 회원들은 백곰이 후원운동을 벌였다. 백곰이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회복기간을 거친 뒤에는 국내 또는 해외의 새 가정으로 입양될 예정이다.
'동행세상' 카페에 사연을 올린 이는 지난 9일 "견주분이 백곰이의 앞날을 위해 동행세상으로 아이를 부탁했습니다. 잃어버린 다리보다 더 튼튼한 다리가 생길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며 후원을 요청했다. 또 "백곰이 사진을 동물병원에 보여줬더니 절단하는 방법 외엔 없다고 한다. 남은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살 수 있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후원 요청 뒤에도 백곰이의 근황은 카페를 통해 계속 전달됐다. 회원들은 백곰이네 집에 찾아가 주인을 만났고, 개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진찰 결과 다친 오른 다리를 어깨 부위까지 모두 절단하기로 결정됐다. "어떻게든 일부를 남겨 의족 등으로 생활하기 편하게 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경우 염증 때문에 재수술을 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서 전체를 절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경과도 시시각각 카페에 전해졌다. 게시자는 "낯선 환경을 힘들어하기에 적응하고 쉴 수 있도록 호텔링을 맡겼다" "총 2번의 혈액 채취가 필요하다" "이상이 없을 경우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등 세세한 사항을 카페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지난 11일에는 "혈액 채취 때 거부감이나 공격성을 띄지 않을 만큼 친해지면 수술 진행이 될 것"이라며 "상처 부위를 자꾸 핥아 2차 감염이 되지 않게 소독 후 붕대를 감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이어 혈액검사가 진행된 뒤 "심장사상충 키트에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기생충 수치가 높고 백혈구 수치도 안 좋다고 합니다"라며 분변 검사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백곰이'의 근황을 꾸준히 올리는 글에는 "백곰이가 잘 이겨내길!" "백곰이가 손길이 싫지 않은가봐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13일에는 수술 예정일을 공개하고 수술 뒤에도 일주일 정도 입원해 회복한 뒤 임시보호처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술을 앞둔 백구가 다리 뼈 부위를 물어서 다친 뼈가 떨어져나간 사건도 있었다. 상처가 깊고 염증도 심해 다리 전체를 절단하려 했으나 다리 뼈가 빠지면서 다른 계획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염증치료가 잘 진행돼 아물게 된다면 의족을 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게시자는 "다만 현재 염증이 심해 향후 어떻게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원만하게 치료가 된다 해도 최소 한달 이상 약을 먹으면서 소독을 진행해 염증이 줄어들고 아물 수 있게 관리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한두 달 뒤 호전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다리 전체를 절단해야 한다. 이후 백구는 예정된 염증부위제거,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
25일 염증치료를 마친 백곰이는 재활 겸 운동을 위해 병원 근처 공원에서 산책도 했다. 게시자는 "자주 얼굴을 비치니 이제 저를 많이 믿고 의지하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라면서 "염증이 얼른 회복돼 가족 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해주세요"라고 전했다.
이후 29일까지 백곰이 소식은 올라오지 않았다. 염증치료 후 염증이 줄어들고 잘 아물 수 있도록 관리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의족을 달고 새로운 가족 품을 찾아가게 된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