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덫'에 다리 잃은 백구… 개의 '다리'가 돼준 사람들

입력 2017-06-29 16:36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왼)과 유기동물과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다음 카페 '동행세상'에 올라온 사진

시골 야산에 설치된 불법 덫에 걸린 백구가 다리 한쪽을 잃었다. 덫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다 부상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인은 형편이 넉넉치 않아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었고, '백곰이'란 이름을 가진 개는 뼈만 남은 상태로 지내야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백곰이의 사연이 최근 SNS를 통해 퍼지면서 도움의 손길이 닿았다. 사연을 본 다음 카페 '동행세상'이 원활한 치료를 위해 주인과 접촉했고, 개를 돕기로 결정했다. 유기동물을 돕는 이 카페 회원들은 백곰이 후원운동을 벌였다. 백곰이는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회복기간을 거친 뒤에는 국내 또는 해외의 새 가정으로 입양될 예정이다.

'동행세상' 카페에 사연을 올린 이는 지난 9일 "견주분이 백곰이의 앞날을 위해 동행세상으로 아이를 부탁했습니다. 잃어버린 다리보다 더 튼튼한 다리가 생길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며 후원을 요청했다. 또 "백곰이 사진을 동물병원에 보여줬더니 절단하는 방법 외엔 없다고 한다. 남은 시간 동안 사랑받으며 살 수 있게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다.

10일 구조되는 백구

후원 요청 뒤에도 백곰이의 근황은 카페를 통해 계속 전달됐다. 회원들은 백곰이네 집에 찾아가 주인을 만났고, 개를 병원에 데려갈 수 있었다. 진찰 결과 다친 오른 다리를 어깨 부위까지 모두 절단하기로 결정됐다. "어떻게든 일부를 남겨 의족 등으로 생활하기 편하게 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경우 염증 때문에 재수술을 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아서 전체를 절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경과도 시시각각 카페에 전해졌다. 게시자는 "낯선 환경을 힘들어하기에 적응하고 쉴 수 있도록 호텔링을 맡겼다" "총 2번의 혈액 채취가 필요하다" "이상이 없을 경우 수술을 진행하기로 했다" 등 세세한 사항을 카페 사람들에게 전달했다.

상처 소독 후 붕대를 감고 있는 백구

지난 11일에는 "혈액 채취 때 거부감이나 공격성을 띄지 않을 만큼 친해지면 수술 진행이 될 것"이라며 "상처 부위를 자꾸 핥아 2차 감염이 되지 않게 소독 후 붕대를 감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12일에는 혈액검사가 진행됐다.

이어 혈액검사가 진행된 뒤 "심장사상충 키트에는 음성으로 나왔지만 기생충 수치가 높고 백혈구 수치도 안 좋다고 합니다"라며 분변 검사도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백곰이'의 근황을 꾸준히 올리는 글에는 "백곰이가 잘 이겨내길!" "백곰이가 손길이 싫지 않은가봐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13일에는 수술 예정일을 공개하고 수술 뒤에도 일주일 정도 입원해 회복한 뒤 임시보호처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일 다리 뼈가 뜯어져나간 백구

20일 염증치료를 끝낸 백구

수술을 앞둔 백구가 다리 뼈 부위를 물어서 다친 뼈가 떨어져나간 사건도 있었다. 상처가 깊고 염증도 심해 다리 전체를 절단하려 했으나 다리 뼈가 빠지면서 다른 계획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염증치료가 잘 진행돼 아물게 된다면 의족을 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게시자는 "다만 현재 염증이 심해 향후 어떻게 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원만하게 치료가 된다 해도 최소 한달 이상 약을 먹으면서 소독을 진행해 염증이 줄어들고 아물 수 있게 관리해줘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한두 달 뒤 호전되지 않으면 예정대로 다리 전체를 절단해야 한다. 이후 백구는 예정된 염증부위제거, 중성화수술을 진행했다.

25일 산책하는 백구

25일 염증치료를 마친 백곰이는 재활 겸 운동을 위해 병원 근처 공원에서 산책도 했다. 게시자는 "자주 얼굴을 비치니 이제 저를 많이 믿고 의지하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라면서 "염증이 얼른 회복돼 가족 품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도해주세요"라고 전했다.

이후 29일까지 백곰이 소식은 올라오지 않았다. 염증치료 후 염증이 줄어들고 잘 아물 수 있도록 관리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염증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의족을 달고 새로운 가족 품을 찾아가게 된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