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프리카 바나나, 알고보니 바나나가 아니었다"

입력 2017-06-29 14:38
'대구는지금'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왔던 사진(왼)과 바나나 열매(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이달 초 아프리카만큼 여름 기온이 뜨거워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리는 대구의 한 가정집에서 바나나 열매가 자랐다며 화제를 모았다. "한반도에서 바나나가 자랄만큼 대구가 그렇게 덥냐"며 사람들의 관심은 집중됐다. 

이 바나나 나무의 주인은 여러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바나나 재배 팁'도 전했다. 하지만 '대프리카'서 열린 바나나는 알고보니 바나나가 아니었다. 바나나와 유사한 열매 모양을 지닌 '파초'였던 것이다.

파초 잎(사진: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바나나 잎(사진: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파초의 잎은 밝은 녹색을 띠며 그물무늬가 평행을 이룬다. 언뜻 보면 바나나 잎을 닮았고 뿌리줄기 끝에서 나오는 잎이 사방으로 점점 퍼지면서 길게 자란다. 밝은 연초록의 잎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바나나 나무 역시 밝은 녹색의 잎을 지니고 있으며 잎이 사방으로 퍼지는 모양이다.

제주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에서 자라고 있는 바나나 열매(왼)와 광주에서 열린 파초

바나나와 파초는 파초과(科) 파초속(屬)의 다년생 초본으로, 분류학상 같은 종류에 속하지만 다른 종의 식물이다. 파초는 바나나와 비슷한 열매가 달리지만 5~10㎝ 크기로 작고 씨가 많으며, 열매를 잘 맺지 못하고 열매가 익기 전에 썩어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바나나는 열대성 식물로 아직 국내에서 자라기 어렵다. 대구 역시 평년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왔으나 바나나가 살아가기에는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다. 반면 파초는 내한성이 강해 영하 10~12도까지 견디며 노지에서 월동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기후대에서 파초 열매가 나오는 현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바나나 잎사귀

파초와 바나나를 구별하려면 잎사귀 뒷부분을 만져보면 된다. 바나나 잎사귀 뒷부분에는 흰가루가 있지만 파초는 앞뒷면 모두 옅은 녹색을 띠며 흰가루가 없다. 꽃포(꽃대의 밑 또는 꽃 꼭지의 밑에 있는 비늘 모양의 잎)의 색깔로도 구분할 수 있다. 파초의 꽃포는 노란색이지만 바나나의 꽃포는 적색이다.

박세원 인턴기자 sewon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