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호 1등 항해사가 文대통령에 건넨 흥남철수 사진

입력 2017-06-29 10:57
문재인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방미 첫 일정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시 해병대 국립박물관에서 흥남철수작전 사진을 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흥남철수작전 사진을 선물로 받았다. 문 대통령은 흥남 피난민의 아들이다. 전란을 피해 고향을 떠났던 부모, 그 비극적이고 참혹했던 당시의 상황이 담긴 사진을 들고 문 대통령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시 해병대박물관 앞에 마련된 '장진호(長津湖) 전투 기념비'를 방문해 흥남철수작전 당시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였던 로버트 루니 제독으로부터 한 장의 사진을 받았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루니 제독은 1950년 12월 23일 함경남도 흥남항애서 피난민 1만4000여명을 빅토리호에 태워 경상남도 거제항까지 옮긴 항해사였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 행사에 초청을 받았다. 그리고 문 대통령에게 “한미동맹은 피로 맺어진 관계”라며 자신이 직접 촬영한 피난민 사진을 건넸다.

문 대통령은 흥남 피난민 가정의 아들이다. 아버지 문용형씨는 흥남 남평 문씨 집성촌인 솔안마을에서 거주했지만, 흥남철수 때 피신했다. 어머니 강한옥씨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인 2004년 7월 19일 금강산 온정각에서 열린 제10차 이산가족상봉을 통해 북한에 남긴 동생 강병옥씨와 재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흥남철수 3년 뒤인 1953년 1월 거제도에서 태어났다. 문 대통령과 루니 제독의 감격적인 만남은 빅토리호의 기적이 있어 가능했다. 문 대통령은 부모에게서 전해들은 흥남철수를 잊지 않았다. “여기가 갑판이고, 그 밑에 화물칸에 사람이 꽉 찼다”며 루니 제독으로부터 받은 사진을 꼼꼼이 살폈다. 이어 루니 제독에게 “오래 사셔서 통일된 한국을 꼭 보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1등 항해사였던 로버트 루니 제독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시 해병대 국립박물관에서 흥남철수작전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흥남철수는 장진호 전투의 결과였다. 미 해병대는 장진호 전투에서 4500여명이 전사하고 7500여명이 부상을 당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 희생으로 중공군 12만명의 남하를 지연할 수 있었다. 문 대통령이 장진호 전투 기념비 헌화를 미국 순방 첫 번째 일정으로 계획한 이유는 가족의 수난, 민족의 비극을 극복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장진호 전투 기념비에 헌화하면서 “장진호 용사들의 놀라운 투혼 덕에 10만여명의 피난민을 구출한 흥남철수작전도 성공할 수 있었다”며 “그 많은 피난민들을 북한에서 탈출시킨 미군의 인류애에 깊은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한미동맹은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로 맺어졌다. 몇 장의 종이 위에 서명으로 맺어진 약속이 아니다”라며 “내 삶이 그랬던 것처럼 양국 국민의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