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문재인정부 대북정책의 기조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가진 출입기자단과의 기내 간담회에서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보상이 주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이 핵동결을 하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지난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의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 변화가 없느냐'라는 질문에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간의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그 입장에 아직 달라진 바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동결이 핵폐기를 위한 대화의 입구라고 생각한다면 핵폐기에 이를 때까지 서로가 행동 대 행동으로 교환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동결에 대응해서 무언가를 북한에 줘야하고, 핵시설 폐기단계에 들어선다면 한미는 또 무엇을 줄 수 있는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내에서도 그런 논의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해서 우리가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합의를 해낼 수 있다면 그런 방안에 대해 긴밀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와 환영 만찬을 이후 다음날 단독 정상회담과 확대 정상회담을 갖는다. 7월 2일까지 3박5일간 '공식 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 형식으로 미국에 머물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다음은 문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 첫 해외순방이라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저로서는 첫 해외순방이라서 감회가 깊다. 그동안 정상외교 공백이 컸다. 이번 정상회담은 정상외교를 하루빨리 복원하고 양국의 동맹관계를 더욱 튼튼히 하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공조방안을 찾는 데 의미가 있다. 그와 함께 두 정상간의 신뢰·연대·우의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저와함께 5년 임기를 해야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잘 될 것으로 생각한다.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서로 잘 통하는 관계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 준비는 많이 했나.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도 저와 어떻게 악수하느냐에 대해서 전 세계가, 또 우리 한국 국민들이 아주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간에 우정과 신뢰를 보여주는 악수 장면이 될 것으로 믿는다."
- 북핵 해법에 있어 '핵동결→핵폐기' 라는 2단계론을 제시했다. 북한이 이전에도 합의를 했다가 번복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번에도 동결하기로 약속했다가 안 지킬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어쨌든 북한과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대화를 위해 어떤 조건이 갖춰줘야 되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최소한 북한이 추가적인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핵동결을 하겠다'는 정도의 약속은 해줘야 한다. 그 이후에 본격적인 핵 폐기를 위한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핵동결은 대화의 입구이고, 그 대화의 출구는 완전한 핵폐기가 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 되는 것이다. 각 이행과정들은 완벽하게 검증돼야 한다. 검증이 확실히 될 때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북한의 합의 파기 걱정은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다른 상황이다. 미국도 만나고 곧 중국도 만나는데 두 나라를 만족시킬 방법이 있나.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이 무엇인가. 그런 것에 대한 답은 언론에서 주셨으면 한다. 그런 방안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고, 이번 정상회담 때부터 모색이 시작돼야 한다."
- 미국 내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한미 무역 불균형에 대한 미국의 불만을 어떤 식으로 조율해 나갈 것인가.
"참여정부 때 타결한 FTA와 그 이후 재협상을 통해 이뤄진 수정을 통해 양국간의 이익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중국·일본과의 교역에서 보는 적자보다 한국에서 보는 적자는 많지 않다. 또 올해 들어서는 적자폭도 많이 줄었다. 그래서 한미 FTA가 양국간 교역에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가 더 호혜적으로 발전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한다면 함께 협의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