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의 한 도로에서 총에 맞은 캥거루 사체가 마치 사람처럼 술병을 든 채로 의자에 묶인 채 발견돼 호주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28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멜버른 북동부 멘다의 한 도로에서 캥거루 한 마리의 사체가 참혹한 모습으로 행인에게 발견됐다. 발견 당시 캥거루는 마치 사람처럼 호피무늬의 숄을 어깨에 두르고, 술병을 들고 있었다. 캥거루 사체가 놓여있던 의자 밑에는 캥거루에게 씌웠던 것으로 보이는 야구모자도 발견됐다. 캥거루는 의자에 놓이기 전 최소 3발의 총을 맞았다.
호주 빅토리아주 환경부는 이 범죄 해결을 위해 경찰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대변인 마이크 스벤스는 “소름끼치도록 부도덕한 행위”라며 “목격자의 제보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캥거루를 도로변의 그 위치에 두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며 “차량통행이 있는 노출된 장소인 만큼 목격자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엿다.
환경부는 캥거루가 다른 곳에서 죽임을 당한 뒤 이 도로변으로 옮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 호주지부는 5000호주달러(약 434만원)의 현상금을 걸어 범인검거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단체의 애슐리 프루노는 “동물학대는 겁쟁이나 하는 짓”이라며 “범인을 꼭 교도소에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 법적 보호종인 야생동물을 죽이는 행위는 중대범죄로 처벌된다. 최대 3만6500호주달러(약 3170만원)의 벌금과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