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보상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장해등급을 조작한 이들이 검찰에 적발돼 대거 기소됐다. 산재보상 전문 브로커를 중심으로 병원 원무과장과 근로복지공단 직원, 자문의사 등이 하나의 사슬로 얽혀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산재보상 심사 비리를 대대적으로 수사한 결과 산재브로커 이모(38)씨를 비롯해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의사, 공단 직원, 자문의 등 총 39명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중 16명은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산재브로커들은 병원 원무과장을 통해 소개 받은 환자들에게 “높은 장해등급을 받게 해주겠다”며 사건을 위임받고는 환자들이 지급받는 산재보상금의 20~30% 상당을 수수료로 취득했다. 적발된 16명의 브로커가 불법 수임한 금액만 약 76억원이나 됐다.
이들 중 가장 많은 24억원의 수수료를 챙긴 이씨의 경우 공인노무사 명의로 노무법인을 설립하거나 변호사로부터 법무법인 명의를 대여 받는 방법으로 직원 10여명의 기업형 알선업체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검찰은 이런 식으로 일부 브로커들에게 명의를 빌려준 변호사 2명과 노무사 4명도 함께 재판에 넘겼다.
검찰 조사 결과 산재브로커들은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과 근로복지공단 직원·자문의 등을 상대로 조직적인 금품로비를 벌였다. 이들은 불법 수수료 일부를 산재지정병원 원무과장에게 제공하며 환자를 소개받았고, 공단 직원들과 테니스 동호회 등 정기적 모임을 가지며 비리 사슬을 만들었다.
원무과장들은 브로커가 환자에게 받은 수수료의 30%를 환자 소개비, 진단서 발급비 등의 명목으로 건네받았다. A병원 정모(32) 과장의 경우 산재가 아님에도 브로커들과 결탁해 허위로 산재 보상을 청구, 본인이 직접 1700만원 가까이 받아내기도 했다.
진단서의 적정성을 심사해야할 공단 직원과 자문의는 이들 브로커로부터 금품을 받고 장해등급을 높게 결정하는 등 편의를 봐줬다. 적발된 공단 직원 중에는 브로커로부터 차명계좌로 차량 대금 3700여만원 등 총 1억2900만원을 받아 챙긴 이도 있었다. 자문의는 건당 50만~100만원씩을 받았다.
이들은 산재신청 대리 시 필요한 위임장을 제출받지 않고도 신청서를 접수시켜주는가 하면 자문심사 결과를 미리 브로커들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산재브로커들은 미리 알아낸 자문심사 결과로 환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