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성향의 일본 네티즌들이 자국의 14살 장기 기사가 대국 날 점심 식사로 돼지김치우동을 먹었다고 비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후지이 소타 4단으로 이제 겨우 중학교 3학년에 불과한 소년이다. 그러나 후지이는 지난해 10월 일본 장기 역사상 최연소 프로기사로 데뷔한 이래 파죽지세로 연승을 이어왔다. 쟁쟁한 성인 기사들을 제치고 얻은 성과라 연일 일본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26일에는 공식전 29연승을 달성하면서 일본 장기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 1987년 이후 30년만에 세운 신기록이었다. 문제는 이날 점심시간에 발생했다. 2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후지이는 점식식사로 돼지김치 우동을 시켜먹었다. 일본 언론들은 11시간 20분이 넘어가는 대국상황을 수시로 전하며 후지이 의 점심메뉴까지 보도했다.
이를 본 일본 넷우익들이 온라인 공간에 곧바로 비난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후지이 4단이 김치가 들어간 음식을 먹었으니 ‘재일한인’이라는 허무맹랑한 내용이었다. 그들은 “후지이가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며 억지를 부렸다. 이에 상식적인 일본인과 넷우익 간에 온라인 설전이 이어졌다. 상식적인 일본인들은 “김치 우동을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는 나라 일본”이라며 넷우익을 비꼬았다.
이렇게 후지이 4단이 먹었다는 돼지김치 우동이 온라인 공간에서 화제가 되면서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일본 스포츠전문지 ‘스포츠호치’는 후지이 4단 덕에 해당 가게의 돼지김치 우동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면서 품절사태로 이어졌다고 27일 보도했다. 비슷한 가게들에서도 돼지김치 우동의 매출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해당 기사에는 “넷우익 완패” “넷우익 또 졌다” “예상대로의 전개라 웃었다” “넷우익도 차분히 김치라도 먹어라” 등등 넷우익을 조소하는 댓글이 주로 달렸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