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문준용씨 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해 당 창업주이자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가 젊은 IT인재라며 지난해 영입한 인물이다. 제보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미씨는 안 전 대표의 카이스트 제자이자 국민 멘토단 일원으로 총선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안 전 대표가 데리고 인물들로 제보 조작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이틀째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사건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다 아무 것도 드러난 게 없는데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민주당이 조작에 연루된 두 사람을 안 전 대표 측근으로 몰고 있는데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당 차원의 개입도 사실무근인데 성급하게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서둘러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리해진다며 빨리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제보 조작’을 실토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제보 조작’ 검찰 수사와 더불어 윗선인 안 전 대표가 인지했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당 선대위 공식조직인 공명선거추진단이 연루됐다는 점과 안 전 대표의 사람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전 대표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 응당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유미 당원은) 진심캠프 때부터 안철수 팬 중에서도 강렬한 팬이었다”며 “(조작된 제보를 받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가 창당 때 데리고 온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건 ‘김대업 조작 사건’ 수준으로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데 보다 확실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신중론과 책임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다른 양상이다. 이유미씨 1인 조작극이라는 당의 입장도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 이날 당 홈페이지는 안 전 대표의 책임을 묻는 게시글로 몸살을 앓았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면서 안 전 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윗선 개입 의혹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