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길어지는 '침묵'… 무슨 말 못할 사정있나?

입력 2017-06-28 00:01

국민의당 ‘문준용씨 제보 조작’ 파문과 관련해 당 창업주이자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가 젊은 IT인재라며 지난해 영입한 인물이다. 제보 조작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미씨는 안 전 대표의 카이스트 제자이자 국민 멘토단 일원으로 총선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두 사람 모두 안 전 대표가 데리고 인물들로 제보 조작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서울 노원구 자택에서 이틀째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사건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 내부적으로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다 아무 것도 드러난 게 없는데 지금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다른 의원은 “민주당이 조작에 연루된 두 사람을 안 전 대표 측근으로 몰고 있는데 터무니 없는 일”이라며 “당 차원의 개입도 사실무근인데 성급하게 입장을 내놓을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서둘러 공식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의원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불리해진다며 빨리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안 전 대표는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제보 조작’을 실토한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은 ‘제보 조작’ 검찰 수사와 더불어 윗선인 안 전 대표가 인지했는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당 선대위 공식조직인 공명선거추진단이 연루됐다는 점과 안 전 대표의 사람들이 주축이 됐다는 점에서 의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1월 이준서(오른쪽) 에코준 대표 등과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 뉴시스

대선 당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전 대표 자신이 데려온 사람이 사고를 일으킨 것 아니냐, 응당 정치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유미 당원은) 진심캠프 때부터 안철수 팬 중에서도 강렬한 팬이었다”며 “(조작된 제보를 받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가 창당 때 데리고 온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건 ‘김대업 조작 사건’ 수준으로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데 보다 확실하게 검증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신중론과 책임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부의 시선은 다른 양상이다. 이유미씨 1인 조작극이라는 당의 입장도 호응을 얻고 있지 못하다. 이날 당 홈페이지는 안 전 대표의 책임을 묻는 게시글로 몸살을 앓았다.

상황이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면서 안 전 대표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윗선 개입 의혹을 시인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안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