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으면 퇴근, 야근보다 데이트”…日 신입사원도 바뀐다

입력 2017-06-27 14:51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電通)의 신입사원이 과로로 자살한 문제로 2016년 12월 덴쓰 법인이 기소된데 따라,이시이 타다시(石井直, 66) 덴쓰 사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일본 신입사원들이 변하고 있다. 일이 없으면 상사보다 먼저 퇴근하고, 야근 지시가 떨어져도 데이트가 있으면 연인과 시간을 보내겠다는 신입사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27일 보도했다.

일본 생산성본부가 올 봄 입사한 신입사원 18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직장 상사나 동료가 야근을 하더라도 자기 일이 끝나면 퇴근한다”는 항목에 ‘그렇다’와 ‘약간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48.7%였다. 지난해에 비해 9.9%포인트 높아졌고, 이 문항이 조사에 포함된 2001년 이후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직장 동료, 상사, 부하 등과 근무시간 외에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문항에도 ‘그렇다’와 ‘약간 그렇다’ 응답자가 지난해보다 10.1%포인트 상승한 30.8%였다. 역시 역대 최고 수치다.

또 '데이트파'가 늘어난 반면 야근파는 줄고 있다. “데이트 약속이 있는데 야근 지시를 받았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데이트를 한다’고 답한 신입사원이 지난해보다 6.1%포인트 높은 28.7%였다. 반대로 “데이트 약속을 취소하고 일을 한다"는 5.9%포인트 낮아진 71%였다. 여전히 데이트보다 야근을 선택한 비중이 크지만 5년 전부터 데이트를 우선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하는 목적을 묻는 질문에는 ‘즐겁게 생활하기 위해’라고 답한 응답자는 예년보다 늘어난 반면 ‘내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사회에 도움이 되려고'라는 대답은 전보다 줄었다.

이런 경향은 장시간 근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업무 방식 개혁’에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 풀이됐다. 자신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신입사원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를 담당한 나츠키 객원연구원은 “회사의 '학대'에 불안을 느끼는 신입사원이 늘고 있다”며 “개인 시간을 얼마나 가질 수 있는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2015년 대기업 덴츠(電通)의 신입사원이 과로에 시달리다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장시간 근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