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법정전염병인 수족구병에 걸린 채 출근해 아이들이 이 병에 감염됐다. 이 어린이집은 교사의 감염 사실을 알고도 격리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수원시와 A시립어린이집 등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 1세 반 교사 B씨는 지난 14일 오전 병원을 찾았다가 수족구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B씨는 수족구병 감염 사실을 원장 이모씨에게 보고한 뒤 1시간 정도 일찍 퇴근했다.
하지만 B씨는 이후 원장의 후속 조치가 없자 다음 날인 15일 정상 출근했다. B씨는 물집이 생긴 손에 장갑을 낀 채 아이들을 돌봤다.
16일에도 정상 출근해 같은 방식으로 아이들을 돌봤지만, 물집이 손과 발, 입 안으로까지 퍼지는 등 증상이 전날보다 심각해졌다. 다시 병원을 찾은 B씨는 증상이 심해 이날 이후 현재까지 입원 치료 중이다.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원장 이씨는 15~17일 2박3일 일정으로 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과 함께 제주도 워크숍을 간 상태였다.
이러는 사이 B씨가 담당하는 1세 반 아이 2명이 잇달아 수족구병에 걸렸다. 한 아이는 B씨가 발병하고 난 뒤인 18일부터, 다른 아이는 23일부터 수족구병 증상을 보였다. B씨가 수족구병에 걸리기 전에도 한 아이가 먼저 감염돼 현재 B씨 반의 전체 5명 중 3명이 이 병에 걸려 등원하지 못하고 있다.
수족구병은 잠복기가 있어 다른 아이도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다.
법정 감염병인 수족구병은 손, 발, 입안에 궤양성 병변을 일으키는 질병으로, 주로 4세 이하 소아에게 발생한다. 증상이 심해지면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영유아보육법은 의사 진단 결과 감염병에 걸렸거나 감염이 우려되는 영유아, 어린이집 거주자, 보육교직원을 어린이집 원장이 격리 등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수원시는 학부모 제보로 현장 점검에 나서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이 어린이집에 대한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원장 이씨는 "B 교사의 출근을 막는 등 격리하지 못한 책임은 인정한다"면서도 "B교사 또한 아이들을 담당하는 관리자로서 출근 여부를 스스로 판단했어야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B 교사와 수족구병에 걸린 아이의 병원비 일부를 부담할 방침"이라며 "어린이집에 세균 소독을 해 추가 감염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학부모는 "학부모 간담회에서 어린이집 관리자인 원장이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대뜸 B교사의 자질을 문제 삼았다"며 "학부모들이 왜 불안해하는지 원장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감염된 교사를 방치한 것은 순전히 원장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