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 교육을 한 선생님은 해고를 당했다”
“피임 교육을 하면 젊은이들에게 성관계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들어야 한다”
“AV(성인비디오)가 성교육 교과서가 되고 있다”
성교육이 금기시되는 일본에서 현실을 드러내며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아베마타임스 온라인판은 지난 23일 “임신한 일본 여성의 36%가 ‘원치 않는 임신이었다’고 답했다. 그 원인은 일본의 지체된 성교육”이라면서 지난 4월 방영된 일본 아베마뉴스의 토크쇼 ‘W의 희비극 ~ 일본 과격한 온나(여성) 뉴스’를 되집었다. 집중적으로 거론된 건 ‘늘어나는 40대 중절수술 여성의 성교육’편이었다.
이 방송에는 성교육 강사, 산부인과 의사 등 성과 관련한 현장 인사들이 게스트로 나와 일본의 소극적인 성교육 현실을 꼬집었다.
과거 AV 배우로 활동하다 현재는 성교육 강연을 하는 달리아란 여성은 1년 전 규슈의 교사를 상담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그 교사는 어려서 낙태한 경험이 있었다. 아이들이 그런 일을 겪지 않게 하려고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고 가르쳤더니 PTA(학무모회)에 의해 해고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도 밥줄이 달려 있어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산부인과 의사인 고노 미요코는 성교육 강연을 했다가 비난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고노는 강연에서 “피임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젊은이에게 섹스를 부추기고 가정을 붕괴시키며 혁명을 노리고 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는 것이다. 고노는 “중학생에게 피임을 가르치는 게 금기시돼 있어 AV가 성교육 교과서가 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28년째 살고 있는 스웨덴 출신 라이프 크리에이터 유이 울 리카는 “스웨덴에서는 상대가 어떻게 해주기를 제대로 말하도록 가르친다. 중학교에서 콘돔에 대해 가르칠 때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는다”며 일본에 비해 자유로운 스웨덴의 성교육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