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준용씨 입사특혜 의혹과 관련해 제보 내용을 조작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는 지난 대선 당시 안철수 전 후보를 지원한 ‘워킹맘 대표 멘토’였다. 안 전 후보의 국민자문기구 ‘온국민멘토단’(이하 멘토단) 소속이었다.
멘토단은 안 전 후보의 대민 소통창구이면서 지지기반을 결집한 단체였다. 안 전 후보는 “당선되면 대통령 직속기구로 두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멘토단에 관심을 기울였다. 이씨는 이 멘토단에서 ‘고구마 문재인’을 부각시킬 선거구호로 ‘소화제 안철수’라는 별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런 정황을 담은 영상은 이씨 긴급체포 하루 뒤인 27일 SNS 타임라인에 퍼지고 있다. 안 전 후보가 대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멘토단 출범식을 가졌던 5월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촬영된 것이라고 한다.
이씨는 영상에서 “우리 후보(안철수)가 정치를 조금 더 잘할 수 있게 많은 힘을 보탤 예정”이라며 “그래서 별명을 지어봤다. 소통과 화합을 제일 잘하는 안철수, 앞 글자를 따 ‘소화제 안철수’로 지어봤다”고 말했다. 그 순간 객석에서 큰 박수가 터졌다. 이씨는 “(안 전 후보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당시 이씨는 문 대통령이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후보 등 안 전 후보의 경쟁자를 언급하며 비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소화제 안철수’는 대선 막판 지지자들 사이에서 ‘고구마 문재인’을 부각시키는 구호로 사용됐다.
풉~ 소화제 안철수
— Mr.Hong (@qlrvkdlqlrvkdl)
대선 당시 ‘고구마’는 ‘목이 막힐 정도로 답답하다’는 의미에서 문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묘사할 때 사용되곤 했다. ‘문 대통령이 청렴에 대한 강박으로 결단력을 발휘하지 못해 지도자감은 아니다’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처음 거론됐고, 대선 막판에는 빈번하게 부각됐다.
이씨는 지금 서울남부구치소에 있다. 서울남부지검 공안부(부장검사 강정석)는 전날 오후 9시12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씨를 긴급체포했다. 이씨는 같은 날 오후 3시30분쯤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던 검사실에서 곧바로 체포됐고, 이날 오전 0시10분쯤 남부구치소로 넘겨졌다.
이씨는 ‘문 대통령이 준용씨의 고용정보원 입사에 개입했다는 제보를 준용씨의 미국 파슨스스쿨 동료로부터 받았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변조된 목소리로 녹음된 음성파일과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조작해 이준서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에게 건넸다.
국민의당은 대선을 나흘 앞둔 지난달 5일 문 대통령의 준용씨 입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이 음성파일과 모바일 메신저 내용을 공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하루 뒤 “가짜가 분명하다”고 반박하며 김인원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부단장 등 3명을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