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해외의 제약 박람회에 참석했다. 온갖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사업을 구상하며, 저마다 돈을 벌기 위해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와중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믿고 있는 종교와 그들의 정체성에 관심이 갔다. 이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신념은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동분서주하고 있는지 무척 궁금해졌다. 유대인, 무슬림, 기독교인 등 각종 종교를 믿고 있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오로지 돈만 쫓아 사는 무신론자들도 많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왔다는 분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대화를 나눴다. 국적이 어디냐는 첫 질문에서부터 의외의 답이 나왔다. 국적은 영국이고 조국은 레바논이며 거주 및 사업은 프랑스에서 한다는 것이다. 자신은 영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나, 자녀들은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현재 딸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다른 자녀들도 박사 과정에 있다고 한다. 왜 프랑스를 택했느냐고 묻자, 프랑스는 초등학교부터 모든 교육이 무료란다.
레바논에 집을 갖고 있으며, 자신은 무슬림이다. 지금이 라마단 기간이라 물도 식사도 모두 삼간다고 한다. 라마단 기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한 달이라고 한다. 한 달 동안 식사를 안 하고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해가 지면 저녁 식사가 가능하다고 한다.
라마단 기간이라는 말에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식사를 시작하면서 또 물어보았다. 나는 편안해 보이는 미소를 띠며, 무슬림은 부인이 여럿이라고 하던데 당신의 부인은 몇이냐고 물었다. 진지하게 물으면 큰 실례가 되기 때문에 표정 관리가 무척 중요한 질문이다.
“저는 아내가 한 명입니다. 아내가 여럿 있으면 쇼핑을 비롯해 모든 것을 다 공평하게 똑같이 해 줘야 하는데 저는 꿈도 못 꿉니다. 그런데 우리 이슬람 사람들은 부인이 서넛 되고 자녀들도 많지만 어느 프랑스 대통령은 부인이 하나인데도 애인이 여럿이잖아요. 이런 프랑스 남자들이 많으니 결국 그게 그거 아닌가요?” 그의 답변에 모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사막 종교라고 하면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말한다. 모두 같은 신을 믿는 유일신교다. 다만 유대교는 모세를 통해, 이슬람교는 마호메트를 통해, 기독교는 예수님을 통해 하나님께 인도된다. 모두 구약 성경을 기초로 하는 종교다.
이슬람교가 수니파와 시아파로 크게 나뉘어 전쟁 중이듯, 기독교에도 참으로 많은 유사 종교가 있다. 모두 본인을 재림 예수라 칭하며 성경을 기초로 신도들을 모으고 있다.
신앙촌으로 유명한 천부교는 박태선을, 통일교는 문선명을, 신천지는 이만희를 재림 예수로 삼고 그들이 하나님께 인도한다고 한다. 정통 교회에서는 이들을 이단이라 칭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교인 수도 100만 명을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종교에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정통 기독교라고 하면서 또 다른 방향을 주장하는 기독교인들도 있다. 세계 종교 단일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독교, 즉 종교다원주의를 지향하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이다.
이들은 모세를 통하든 마호메트를 통하든 예수를 통하든 모두 하나님께 구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아주 그럴 듯한 종교 이론이다. 미국에서는 예수님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주장하는 정통 기독교인들을 위험한 광신도로 분류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 세력은 지금 엄청나게 크게 성장해 있다. 그런데 종교가 단일화되면 그들의 말대로 정말 전쟁이 없어질까? 믿어지지 않는다.
성경을 배운 신도로서, 성경 어느 구석에도 이런 종교다원주의와 관련된 내용은 찾을 수 없다. 오로지 구속사를 통해 예수님만이 구원에 이르는 길이라고 성경은 가르치고 있다. 이렇게 믿음을 갖고 그대로 사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재차 삼차 확인할 뿐이다.
나는 이 프랑스에서 온 무슬림에게 넌지시 기독교 이야기를 건네 보았다. 그는 그냥 웃고 만다. 서로가 서로인 채로 그냥 평화롭게 지내자는 이야기다.
자신은 극렬 무슬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종교는 그냥 조상이 물려준 박물관의 한 장면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종교보다 생활이 더 중요한 것이다.
사실 우리 기독교인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많다. 종교는 그저 장신구쯤으로 생각하는 시대다. 그런데도 나는 예수님 이외에는 구원이 없다는 확신을 왜 이토록 전파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가슴이 뜨거워질 때가 많다.
간혹 이상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것을 어쩌랴!
예수 그리스도 이외에는 구원이 없으며, 이것을 전파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기독교인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본다. 혼탁한 종교 세계에서 자신의 신앙관을 언제나 확립하고 있지 않으면 세속에 떠내려가고 말 것이다. 성경을 꽉 붙잡고 믿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성령 하나님께 간구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