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진정 이 영화를 ‘김수현 대표작’이라 해도 될까

입력 2017-06-26 20:53 수정 2017-06-26 21:03
뉴시스

“김수현의, 김수현에 의한, 김수현을 위한 영화.”

‘리얼’에 대해 배우 조우진이 내린 정의는 정확하다. 영화는 김수현에서 비롯돼 김수현으로 귀결된다. 1인2역부터 전라노출까지,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이 작품이 자신의 20대를 마무리하는 대표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까지 덧붙였다. 그런데 영 씁쓸한 뒷맛이 남는 건 왜일까.

개봉 이틀 전인 26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리얼’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를 배경으로 한 액션 느와르. 카지노 조직의 보스 장태영(김수현)이 암흑가 대부 조원근(성동일)과 카지노 소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이야기가 극의 줄기다.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장태영 앞에 의문의 투자자 장태영(김수현)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이름도 얼굴도 모두 같은 두 사람은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보스 장태영의 재활치료사이자 연인인 송유화(최진리)를 사이에 두고 둘의 갈등은 더 깊어진다.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한 최대한의 내용 설명은 이 정도. 극 중 김수현은 다양한 인격의 인물들을 두루 소화해냈다. 특히 폭력적이고 직선적인 보스 장태영과 방어적이고 의뭉스러운 투자자 장태영 사이의 차별점을 명확히 표현했다. 뒤태 노출신부터 최진리(활동명 설리)와의 베드신까지 쉽지 않았을 도전들도 과감히 완수해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 김수현에게 ‘리얼’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정말 무서운 대본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잠도 안 올 만큼 머릿속에서 잘 떠나지 않더라”며 “그래서 도전해보게 됐다. 많은 분량과 캐릭터를 어떻게 소화할지 고민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제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리얼’이 김수현의 20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대표작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연기 욕심도 부렸죠. ‘장태영의 끝을 보여주고 싶다. 그 끝에 도전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다소 센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 부담감마저 이겨낼 정도의 욕심이 났던 것 같습니다. 공부가 많이 되어 너무 좋습니다.”(김수현)

배우의 열연과는 별개로 영화는 갈 곳 잃은 전개를 보여줬다. 당초 연출을 맡았던 이정섭 감독에서 제작사 대표이자 김수현의 이종사촌 형인 이사랑 감독으로 교체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했다. 연출도 연출이거니와 내용 자체가 난해하다. 뚜렷한 메시지 없이 자극적인 신으로만 137분이 채워졌다.

특히 여성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지극히 촌스럽고 일차원적이며 무례하다. 필요 이상으로 적나라한 성애 장면에서 뿐만이 아니다. ‘리얼’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노출’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하다.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은 여성들의 신체 곳곳을 클로즈업한 컷들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지나치게 긴 분량이 삽입된 카지노 스트립 댄스 장면은 불쾌하기까지 하다.


이사랑 감독은 “우리 영화의 두 주인공은 ‘워너비 리얼, 진짜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을 통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진짜라고 믿는 건 뭐예요’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신선하고 모험적인 작품을 남겨보고 싶었다”고 했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구성에 대해서는 “우리 영화는 마술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눈과 귀가 즐거웠으면 한다. 한 가지 방향으로 해석되는 걸 경계하기 위해 영화 속에 몇 가지 트릭을 심어 놨다.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1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인 만큼 볼거리는 화려하다. 미장센에 특히나 공을 들였다. 거의 모든 지점에서 ‘투 머치(too much)’라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김수현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와 다채로운 액션을 기대하는 관객이라면 기꺼이 영화표를 끊을 만하다. 무용인지 액션인지 모를 마지막 격투신을 제외하고 말이다.

김수현은 “‘리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톤 앤 매너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많은 도전을 한 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싶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서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었으면 한다. 영화에 관심을 갖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2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