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고민, SNS에서도 드러나…월세언급량 전세언급량 추월

입력 2017-06-26 10:38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의 3명 중 1명은 월세 주택에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일 서울시가 발표한 ‘2017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민 중 월세주택에 살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31.3%였다. 2003년에 조사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월세가 전세 비중(26.2%)를 앞질렀다.

젊은 세대의 경우 ‘월세살이’의 비중이 더 높았다. 30대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45.6%)이 월세주택에 살고 있다고 응답했다. 내 집 마련은커녕 주택매매가에 버금가는 전세값 때문에 월세주택에서 살 수밖에 없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다.

이 같은 세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6일 인공지능(AI)기반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는 2011년부터 2017년 상반기(지난 19일 기준)까지의 블로그(8억 7734만건), 트위터(134억 2257만건), 뉴스(5억 3282만건)에서 ‘전세·월세’라는 단어가 얼마나 언급되는지를 살펴봤다.

결과는 ‘2017 서울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와 유사했다. 2011년 전세와 월세 언급량은 각각 23만 1509건과 14만 5262건으로 전세가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각각 25만 645건과 25만 7400건으로 월세 언급량이 전세 언급양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해 상반기에는 전세와 월세 언급량이 각각 20만 9270건과 23만 26건을 기록해 월세 언급량이 전세 언급량을 압도했다.

지나치게 높게 형성된 집값과 그에 버금가는 ‘미친 전세’ 때문에 내 집 마련의 꿈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내 집 마련’이라는 단어의 언급량은 2015년 5만 2534건에서 지난해 4만 8810건으로 줄었다. ‘집 장만’이라는 키워드의 연관어 1위도 2015년에는 분양(6220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꿈(4236건)으로 바뀌었다. 분양은 3432건을 기록해 2위로 밀려났다.

‘대출’과 ‘부담’ 또는 ‘힘들다’를 함께 언급한 경우는 2015년 6만 2177건에서 지난해 7만 1847건으로 늘었다. 2017년 상반기 언급량은 벌써 6만 6401건을 기록해 2015년 전체 언급량보다도 많았다.

한편 ‘집 장만’이 어렵게 되자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집 꾸미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셀프인테리어 언급량은 2011년 5580건에서 지난해 2만 7495건으로 5배나 늘었다. 예쁘게 꾸민 집을 자랑하거나 셀프인테리어 ‘꿀팁’을 공유하는 키워드인 ‘온라인 집들이’ ‘랜선 집들이’ 언급량도 2011년 27건에서 지난해 1552건으로 폭증했다.

다음소프트는 “집 장만에 욕심이 사라진 사람들이 현재의 행복을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욜로’(YOLO·You live only once) 열풍을 따라 집 꾸미기에 더 열을 올린다”며 “내 집 마련 대신 제한된 금액에 맞는 거주 공간을 찾는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