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내·외치 '슈퍼위크'… 한·미 정상회담·인사청문회 '산 넘어 산'

입력 2017-06-26 10:37

문재인정부 출범 후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 시작된다. 26일부터 한주간 6명의 장·차관급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고, 오는 28일부터는 첫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 내치와 외치 모두 ‘슈퍼위크’다.

■ 첫 한·미 정상회담…북핵·사드·웜비어 등 현안 산적

문 대통령은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취임 후 51일 만으로, 취임 후 처음으로 국내를 떠난다.

문 대통령은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백악관에서 환영 만찬,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등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식 일정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미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미 의회·학계·경제계 관련 행사와 동포간담회 등의 일정도 가질 예정이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발전, 북핵 문제 해결, 한반도 평화 실현, 실질적 경제·글로벌 협력 심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머리를 맞대겠다”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도 더 단단하게 맺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담 전 분위기는 좋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 부부를 위해 취임 후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만찬을 마련했다. 환영 만찬은 대개 국빈방문이나 그에 준하는 외국정상 방문에 포함되는 필수 의전으로,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 깊은 신뢰와 환대의 뜻을 표시하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2월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여명의 외국 정상을 초청했지만 지금까지 백악관에서 공식 환영 만찬을 가진 적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6일 미국을 방문하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환영만찬을 베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부동반이 아니라 모디 총리 혼자만 참석하는 만찬인 것으로 전해져, 부부동반으로 외국정상 부부에게 환영 만찬을 베푸는 것은 문 대통령 부부가 처음이다.


다만 곳곳에 난관이 있어 안심할 순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문제, 북한 문제, 오토 웜비어 사망 등 각종 현안이 얽혀 있다.

특히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해 지난 토요일 서울 도심에선 사드 배치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국내 반대가 거센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사드 배치를 바라는 미국과 어떻게 대화를 풀어갈지도 주요 과제다.

준비 시간이 부족했던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정상회담을 갖는 것을 목표로 이달 말에 워싱턴 방문을 계획했다. 너무 이르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문 정부가 한·미 동맹을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성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대한 임명에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 자칫 외교부 장관 없이 차관 대행 체제로 첫 정상회담을 치르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 위기는 넘겼지만 준비 시간이 여유롭지 못해 부담이 커졌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에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낭패를 보지 않을 것이란 조언이 나온다.

■ “부적격 신(新) 3종 세트” 인사청문회 단단히 벼르는 야당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동안, 국내에선 6명의 장·차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26일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를 시작으로 28일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29일에는 김상곤 사회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마지막으로 30일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임명 강행에 뿔난 야당들은 단단히 벼르고 있다. 특히 김상곤·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를 ‘신(新) 3종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고,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지명철회 혹은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좌편향 논란과 논문 표절 의혹, 송 후보자는 방산업체인 LIG넥스원과의 유착 의혹 및 고액 수임료 논란, 조 후보자는 임금체불·음주운전·한국여론방송 사회이사 등재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협치파괴', '야당무시'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세 분에 대해서는 절대 ‘부적격의 신 3종 세트’라고 규정한다”며 “청문회에서 더욱 날카롭고 심도 있는 검증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도 “세 후보자에 대해 제기되는 의혹들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단호히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민 인내심이나 야당 의원들을 테스트하려고 하지 말고, 진작 뜻을 접고 새 후보자 찾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야권이 세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예고한 가운데, 청문회 결과가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