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여성 대학교수가 오토 웜비어 사망에 대해 “죽을 만한 짓을 했다”고 피력해 전세계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이 교수가 재직 중인 학교는 "교수의 생각은 학교의 입장이 다르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델라워어 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는 캐서린 데트윌러 교수는 웜비어가 사망한 지 이튿날인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웜비어는 부유하고 어리면서 생각 없는 백인 남성의 전형”이라며 “죽을 만한 짓을 했다(got exactly what he deserved)”고 썼다. 이 교수는 “노력없이 기득권을 주장하는 학생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글은 삽시간에 SNS를 통해 확산됐고 온라인 곳곳에선 교수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그러자 데트윌러 교수는 다음날 다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웜비어가 무례하고 순진하며 오만하게 행동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인지 반문했다.
교수는 또 “폭압적인 정권 아래 놓여 있는 북한의 모든 사람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해 봤나”라며 “단지 그들은 미국 시민이 아닌 북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얘기인가”라고 꼬집었다.
논란이 일자 델라웨어 대학교는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데트윌러 교수의 생각은 델라웨어대의 입장과 무관하다”며 “웜비어와 그의 유족이 겪은 비극에 증오를 표출하는 모든 메시지를 비난한다”고 밝혔다. 현재 데트윌러 교수의 페이스북 글은 삭제된 상태다.
웜비어는 지난해 1월 평양 관광을 갔다가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훼손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17개월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 13일 고국으로 송환됐다. 송환 당시 그는 의식불명 상태로 들것에 실린 채 귀국해 충격을 줬다. 이후 엿새 만인 지난 19일 숨졌다.
웜비어가 사망한 직후 교도통신은(22일)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의 말을 인용해 웜비워의 구속 원인이 김정은 사진이 실린 노동신문으로 구두를 쌌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웜비어는 출국 예정일 호텔 방에서 짐을 정리하면서 구두를 노동신문에 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웜비어의 억류를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 선전물 훼손이라는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고 존엄이라는 김정은의 사진을 신발 싸는 데 사용한 게 북한 내부적으로는 큰 죄가 될 수 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