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무죄받았다고? 대법은 흔들림 없었다

입력 2017-06-25 14:18
사진=뉴시스

최근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해 항소심에서 첫 무죄 판단이 나와 이목을 집중시켰지만 대법원은 다시 한번 유죄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훈련소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응하지 않은 혐의(병역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22)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른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법에서 처벌 예외사유로 규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를 처벌하는 것이 헌법 제19조의 양심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병역거부자를 형사처벌하지 말라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안은 법률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종교적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법원의 실형 확정 판경은 이번이 14번째다.

법원에 따르면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신씨는 2015년 11월 소집통지서를 받았지만,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병역법 88조(입영의 기피 등)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기간 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대체복무 등 병역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국방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된다면 즉시 이행하겠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신씨가 신에게 죄를 짓는 행위라고 믿는 군대 입영을 무조건 강제하는 것은 인격적 존재가치를 허무는 것"이라며 "종교의 자유뿐만 아니라 양심의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씨는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결을 깨고 신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유죄를 선고했다. 1년 6개월은 현역 입영이 면제되는 최소한의 수형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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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병역의무는 국가 공동체 존립을 위해 가장 기초적으로 요구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 등이 이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반드시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광주지법은 지난해 10월 항소심 재판부 중 처음으로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전국 1심 법원에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무죄 판결도 이어지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반하는지 여부를 놓고 헌법재판소 심리도 진행 중이다. 헌재는 지난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 거부 처벌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