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결’ 가고 ‘하트시그널’ 오고… 연애 리얼리티 프로가 계속 나오는 이유

입력 2017-06-25 11:24 수정 2017-06-25 13:43
채널 A 제공

지난 달 6일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가 10년간의 대장정에 종지부를 찍고 폐지된 가운데 이번 달 2일 채널 A 예능 ‘하트시그널’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우결’은 초창기에 알렉스-신애, 서인영-크라운제이, 앤디-솔비 커플이 큰 화제를 이끌면서 지난 10년 간 예능 신인 발굴의 장이었다. 하지만 진정성 논란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10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첫 방송된 ‘하트시그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청춘남녀들의 무한한 썸이 이어지고, 연예인 출연진들이 이들의 마음을 예측하는 내용이다. 그동안 일반인들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SBS ‘짝’, tvN ‘더 로맨틱’ 등이 있었지만, 이와 달리 ‘하트시그널’은 가수, 작사가, 모델, 의사가 모여서 일반인 출연진들의 연애심리를 ‘추리’한다는 것에 포인트가 있다.

TV 연애 프로그램들이 진정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대중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실제 한 여론조사 결과 시청자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공감하기 어려운 리얼리티 프로그램 장르가 ‘연애·결혼’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양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의 콘텐츠 대부분에 등장하는 연애 코드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듯하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다른 외국 드라마들과 달리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사랑이 싹트고,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잡는 와중에도 사랑이 싹트고, 말도 안 되는 치열한 복수극을 펼치는 와중에도 사랑이 싹튼다. 노래 가사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대부분의 가사의 소재다. 사랑은 우리나라 콘텐츠에서 그만큼 빠지기 힘든 요소다.

이렇게 어디에나 등장하고 있는 연애 코드가 유독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연애 코드는 애초에 사람들이 꿈꾸는 비현실적인 모습이 반영된 것이다.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으로 완벽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지만 그저 사람들의 꿈과 희망만 채워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다르다. 이미 사람들은 이상과 현실에는 큰 괴리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자꾸만 현실이 아름답다고 포장하려다 보니 시청자들은 어차피 연출된 것 같고 인위적인 프로그램을 리얼로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성 논란은 ‘리얼리티’란 컨셉을 사용하는 한 벗어나기가 힘들다.

‘하트시그널’의 포인트가 연애 심리 추리에 있지만 큰 틀은 연애 리얼리티에 있기에 앞으로 시청자들로부터 어떠한 평가를 받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동시간대 프로그램 중 시청률이 낮은 편이다. 또 올 여름에는 Mnet이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내 사람 친구의 연애’가 방송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진정성이란 큰 벽을 넘고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