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95) 총괄회장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배제됐다. 롯데 창립 70년 만에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린 것이다.
24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도쿄 신주쿠(新宿) 하쓰다이(初台)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임기가 만료된 신 회장을 새 이사진에서 배제한 인사안을 의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13개에 달하는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롯데제과,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 이사직에서 줄줄이 물러났다. 현재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롯데알미늄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임기가 8월에 만료된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1948년 롯데그룹을 창립한 지 70년 만에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신격호 시대’의 폐막은 2015년 7월 불거진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영권 분쟁이 단초가 됐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 부회장에 선임돼 한·일 롯데를 총괄하는 정점에 오르자 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롯데홀딩스에서 신 회장을 해임하는 등 ‘쿠데타’를 시도한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이 사건으로 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후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의 정신건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이달 초 대법원이 신 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면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롯데홀딩스 정기주총에 앞서 열린 이사회에서 신 회장의 재선임안을 주총에 상정하지 않기로 한 점이 대법원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롯데홀딩스는 신 전 부회장이 상정한 본인 등 4명의 이사 선임안과 신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직 해임안은 부결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