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이 지시했다” 인천 초등생 살해 10대 피의자 진술 번복

입력 2017-06-24 05:50
사진=방송화면 캡처

인천에서 8살 여자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잔인하게 시신을 훼손한 사건의 10대 피의자가 공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살인을 지시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는 “범행은 혼자 했고 공범은 시신만 건네받았다”는 기존 진술을 뒤집은 내용이다. 뒤늦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공범을 보호하는 걸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3일 인천지법 형사 15부 심리로 열린 공범 박모(19)양의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법률상 미성년자 약취‧유인 후 살인 및 사체손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모(17)양이 증인을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양은 공범인 박양이 사람을 죽여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양은 “박양이 내 안에 잔혹성이 있다. J라는 다른 인격이 있다고 여러번 말했다”며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고 죽여야 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김양은 또 “박양이 지시한 살해 행위를 수행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며 “옳지 않은 일인 것을 알았지만 박양의 지시를 거절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술이 뒤바뀌자 검사는 “공소 사실과도 다르고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당황해 했다. 검사는 “거짓말 아니냐”고 재차 물었지만 아니라고 부인했다.

박양이 사람을 죽이라거나 사체 일부를 가져오라고 얘기한 적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있다고 답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김양은 “아동으로 특정했지만 성별이나 학년은 특정하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김양은 “박양이 절친한 친구사이여서 믿었고 범행을 저지른 게 나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덮어쓰려 했다”면서 “(그러나 범행 이후 박양이 자신에게 알아서 처리하라면서 책임지라고 얘기해 서운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또 “부모님과 친척들이 박양을 보호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피해 아동과 그 부모님들에게도 억울함을 풀기 위해 사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박양을 보호하는 것도 포기했다”고 주장했다.

김양의 이 같은 진술에 공범인 박양은 전면 부인했다. 박양의 변호인은 “김양으로부터 살인 계획 얘기를 들은 사실이 없고 사체 일부를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다”며 “가상의 대화에서 살인을 가정해 전리품으로 뭐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답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사체를 알아서 처리해라”고 말한 사실도 부인했다.

김양은 올해 3월29일 낮 12시47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흉기로 훼손‧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양은 같은 날 오후 5시44분쯤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만나 훼손된 시신 일부가 담긴 종이봉투를 건네받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박양에 대한 구형을 예정했지만 김양이 진술을 번복함에 따라 결심공판을 다음달 6일로 연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