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안지 찢어 낸 철학과 신입생…“기계처럼 ‘정답’ 뽑아내는 세상 거부”

입력 2017-06-24 00:26 수정 2017-06-24 19:07
전호근 교수 페이스북

경희대학교 철학과 1학년 학생이 기말고사 답안지를 찢어서 제출했다. ‘찢어버린 답안지’에는 학생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화제다.

전호근 교수 페이스북

전호근 교수 페이스북

지난 22일 전호근 경희대 철학과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학생의 ‘찢어버린 답안지’를 올렸다. 전 교수는 “학생들에게 시험 방식을 설명하며 ‘주어진 주제나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찢어버려도 좋다’고 권했지만 진짜 답안지를 찢어서 낸 학생은 처음”이라며 한 학생의 ‘파격적인 답안’을 소개했다.

전호근 교수 페이스북

이 학생은 답안지를 찢어버린 다음에 접착식 메모지로 답안지를 이어 붙였다. 그리고 메모지 위에 글을 써서 제출했다. 이 학생은 “흔히들 이야기하는 ‘정상적인 판단’을 통해 도출된 ‘정답’만을 마치 기계에서 뽑아내듯 강요하는 세상을 거부하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스스로 세운 방식에 따라 자기만의 해답을 발견하고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가치이다.”라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어 “제도가 인간에게 점수를 부여하고 마치 쇠고기 등급 매기듯 인간을 재단하기 위한 수단인 ‘답안지’를 찢어버림으로써 인간이 바로 그러한 예속으로부터 벗어나 참된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 교수는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는 영화 ‘동주’의 송몽규가 윤치호에게서 받은 상패를 내동댕이쳐버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 학생은 알렉산더의 용기를 지녔다”고 학생의 용기를 칭찬했다.

전 교수의 강의는 ‘인간의 가치 탐색’이라는 철학과 전공 수업으로 알려졌다.

한명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