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5행시 짓기’ 이벤트로 시작된 정치권 때아닌 ‘詩공방’

입력 2017-06-23 18:29 수정 2017-06-23 18:31
자유한국당이 당명을 소재로 한 ‘5행시 짓기’ 이벤트를 온라인에서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에 부정적인 5행시가 쏟아 체면만 구기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자유한국당’ 5행시로 한국당을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난 19일부터 한국당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유한국당 5행시를 지어주세요'라는 이벤트를 에서 시작했다. 오는 29일까지 당 페이스북 게시글에 댓글로 5행시 후보작을 받은 뒤 당첨자에게 이어폰 등 경품을 지급한다.



한국당은 공지글에서 “미우나 고우나 새로운 출발점에 선 한국당이 심기일전해 일어설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23일 오후 6시 현재까지 1만6000개 넘는 후보작 중 다수가 직·간접적으로 한국당을 비판하는 내용들이어서 난감한 처지다.

한 네티즌은 “‘자’유롭게 훨훨, ‘유’유자적하며, ‘한’국을 떠나면 되겠네, ‘국’민들 그만 괴롭히고, ‘당’장 그래주면 1년치 연봉 기부한다”고 글을 남겼다.

여야도 5행시 열풍에 휩싸였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오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당 시절 독선 정치, ‘유’신 시절 독재정치, ‘한’나라당 시절 독기정치, ‘국’민 고달픈 정치, ‘당’장 끝내야 한다”며 한국당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담은 5행시를 선보였다.

그러자 정준길 한국당 대변인은 오후에 논평을 내고 민주당을 향해 역공을 폈다. 정 대변인은 “한국당에 대한 추 대표의 천지의 이치를 다한듯한 신기하고 묘한 시책(詩策)에 감사드린다”며 “품위를 망각한 여당 대표의 5행시 수준을 국민들이 이미 알고 있으니 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 당명으로 6행시를 지어 되받아쳤다. 정 대변인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국민들이, ‘불’ 러도 귀 막고 보라고 애원해도 눈감으며, ‘어’ 제도 오늘도 항시 그래왔듯이, ‘민’ 심을 왜곡하고 남 탓만 하면서, ‘주’ 장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민주당의 구태정치야말로, ‘당’ 장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