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일자리 상황판' 한달…무엇이 달라졌나

입력 2017-06-23 16:09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든 지 한 달째가 됐다. 상황판 설치 당시 문 대통령은 주요 기능을 직접 시연하면서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끝날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한 달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들여다봤다.

◇‘일자리 신문고’ 19일만에 국민 의견 3000건 접수

일자리위원회는 지난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토대로 지난 10일 출범한 새 정부가 100일이 되는 8월 17일까지 추진할 일자리정책을 종합했다. 일자리 100일 계획에는 공공부문 81만개 창출을 위한 5개년 로드맵 등의 일자리 창출 기반 강화방안과 함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일자리 질을 높이는 방안도 포함됐다.

일자리위원회는 또 7월중 주요 정책·예산 사업에 고용영향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민간 일자리 창출방안으로는 오는 8월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 종합대책’을 수립키로 했다.

이달 들어 눈에 띄는 변화는 국민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일자리 신문고’를 설치한 것이다. 지난 4일 개통 이후 22일까지 19일간 총 2969건의 고충·건의가 접수됐다. 하루 평균 156건 꼴이다. 일자리위원회에 따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공무원 채용, 최저임금 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 관련 요구사항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있는 신문고에는 다양한 사연들이 올라와있다. 한 영어회화 전문강사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원하는 건 고용안정”이라고 호소했고, 지방 사립대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사서는 “대학 졸업 후 사서자격증을 얻었지만 제가 본 사서 모집공고의 90%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상황판 고용지표에 ‘남녀 임금격차’ 추가

일자리상황판에 포함된 각종 지표에는 변화가 생겼다. 당초 상황판은 ‘일자리 상황’(고용률·취업자·실업률·청년실업률), ‘일자리 창출’(취업유발계수·취업자 증감·신설법인 수·고용보험 신규취득자), ‘일자리 질’(임금격차·저임금근로자 비중·임금상승률·비정규직 근로자·사회보험 가입률·연간 근로시간), ‘경제지표’(경제성장률·소비자물가·설비투자·소매판매) 등 18개 지표로 구성됐다.

현재 상황판에는 ‘일자리 질’ 지표가 6개에서 7개로 늘었다. 임금격차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 이외 남녀 간 임금격차가 추가됐다. 일자리위원회 관계자는 23일 “고용률과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성의 참여가 필수적이고 여성고용 현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황판에 따르면 현재 대기업 정규직의 임금(2016년 6월 기준)을 100로 볼 때 대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62.7, 중소기업 정규직 임금은 52.7, 중소기업 비정규직 임금은 37.4 수준에 불과하다. 남성 대비 여성임금 수준도 낮다. 남성 임금(2016년 6월 기준)을 100으로 볼 때 여성 임금은 63.3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85.6)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지표 분야에서는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감율이 빠지고, 대외경제여건을 나타내는 수출액과 수입액 지표가 추가됐다.
이용섭 일자리위 부위원장과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갖기 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재계에 “일자리 만들면 업어드린다”… 노동계에 “1년만 기다려 달라”

일자리위원회 본격 가동 이후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상견례도 이뤄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처음 주재한 일자리 위원회 1차 회의에는 재계와 노동계, 민간 전문가가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은  “경영계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해준다면 언제든 업어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노동계에 대해선 “문재인정부는 노동계를 국정의 주요파트너로 인정하고 대접할 것”이라면서도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이 많겠지만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상황판 지표 세밀화, 추경 통과 등 과제 산적 

일자리상황판에 포함된 고용률 등은 대부분 매월 발표되고 있지만 일부는 정부의 공식 통계가 지금 시점과 맞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취업유발계수(10억원의 재화를 생산할 때 유발되는 취업자 수)는 2014년 기준 통계를 쓰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남녀 간 임금격차 통계와 사회보험 가입률 등은 정부 공식 통계 발표시점과 맞물려 지난해 통계를 쓴다. 청년실업률의 경우 지난달 기준 공식 통계는 9.3%이지만 사실상 실업자를 모두 포함하는 체감실업률은 23%에 달한다는 점에서 추가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자리상황판 설치 후 한 달 간 ‘마스터플랜’은 수립됐지만 이를 계획대로 실현하려면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최대 난관이다. 정부는 일자리 추경을 통해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7만여개와 민간 일자리 등 총 11만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자리 상황판에 포함된 주요 고용지표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야 대치정국이 장기화되면서 6월 임시국회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추경이 통과되지 않으면 하반기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로드맵’도 첫 단계부터 삐걱거릴 수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