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정보영 교수팀, 한국형 심방세동 약물치료지침 개발

입력 2017-06-23 09:44
우리나라 심장세동 환자들이 부정맥으로 인한 허혈성 뇌혈관질 발생 위험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한국형 약물치료지침이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심장내과 정보영(
사진) 김태훈 교수팀이 영국 버밍햄대학 ‘그렉고리 립’ 교수팀과 협력 연구를 통해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를 위한 약물치료 가이드라인 시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심박세동은 온몸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내 심방이 규칙적인 수축과 이완운동을 하지 못하고 불규칙하게 떨기만 하는 부정맥 질환의 하나다. 

심장이 이렇게 불규칙하게 부르르 떨기만 하면 그 사이 심장 속에 정체 된 혈액에서 ‘혈전’(피떡)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인해 허혈성 뇌혈관질환 발생율도 높아지게 된다.

실제 심방세동은 모든 뇌졸중 원인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그 위험도를 5배나 높이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흡사 뇌경색 시한폭탄을 가슴에 안고 사는 심방세동 환자의 허혈성 뇌혈관질환 발생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응고제’약물 투여가 표준 치료법이다.

그러나 이 중요한 약물치료 시작 시점에 대해서는 국내 연구가 거의 없어 유럽과 미국에서 쓰고 있는 평가도구를 참조하거나 의사 각 개인의 판단에 의해 항응고제 약물 치료시기를 결정하여 부족한 면이 컸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하여, 지난 2002년부터 2008년까지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20세 이상 5855명의 심방세동 진단 환자들을 2013년 12월까지 추적하며 ‘연간 뇌경색 발병 위험도’(특정연도 동안 100명 이상 질환발병율)를 산출했다.

또한 이들 심방세동 조사 환자군들의 다양한 동반 질환과 연령, 성별 등 연간 뇌경색 발병을 높일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를 평가했다. 위험요소 평가는 국제적인 공인지표를 사용해 0점부터 10점까지로 계량화하고 가중치를 부여했다.

그 결과 고령일수록 뇌경색 위험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65세부터 조사 환자군의 뇌경색 발병이 증가해 연간 위험도가 2.11% 높아지고 75세 이상부터는 3.11%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아울러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졸중’(TIA)이나 뇌경색이 이미 한차례 발병했던 심방세동 환자들의 연간 위험도 역시 2.58% 높아졌다. 

신장투석 중인 심방세동 환자들도 2.03%의 높은 뇌경색 연간 위험도를 보였다. 이외 고혈압과 당뇨, 만성폐쇄성폐질환(COPD)를 가진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도도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유럽과 미국 연구 보고서에서는 여성 심방세동 환자들의 뇌경색 위험도가 남성에 비해 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국인 환자들은 서구인과 달리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위험을 낮추기 위해선 항응고제 약물복용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항응고제를  언제부터 얼마나 투여하는가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일정한 기준이 없다는 거다.

항응고제가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혈액 내 항응고 수치가 적정수준으로 유지되는지 확인하는 것도 환자들에겐 큰 부담이다.

항응고수치가 낮으면 혈전 발생율이 높아지고, 반대로 너무 높으며 뇌혈관출혈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표적 항응고제로 널리 쓰이는 ‘와파린’은 비타민K와 결합시 효능이 저하되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두부, 콩류, 시금치, 마늘 등 비타민 K가 함유된 음식섭취가 제한되었다. 

아울러 복용하는 다른 치료제 및 흡연, 음주 등과의 상호 위험작용이 예기치 못하게 나타날 수 있어 많은 부담이 되어 왔다. 장기복용 시 뇌출혈 위험이 커지는 것도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정보영 교수는 강조했다.

연구결과는 뇌졸중 분야 국제 학술지 ‘스트로크’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