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갑작스레 남편을 사고로 잃고 슬픔에 몸도 추스르지 못할 때였다. 아버지 산소에 다녀온 아들이 “어머니가 아버지 비석에 글씨를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달여 만에 자리에서 일어나 먹을 갈았다. 예전 같으면 남편이 옆에서 도와줬을 일이다. 붓을 잡 성경필사를 했다. 점점 몸에 생기가 도는 듯했다. 남편의 비석에 새길 말씀도 써내려갔다.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시 23:6)
제9회 대한민국기독교서예상 주인공 원로 서예가 김명규(73·사진) 서울 구산교회 권사 얘기다.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 권사는 “과분한 상을 받게 됐다”며 “서예는 나를 위로해준 평생의 친구”라고 말했다.
기독교서예상은 평생을 크리스천 서예가로 살면서 작품 활동을 해온 이들에게 주는 상이다. 한국기독교서예협회(회장 홍덕선 장로)가 2009년에 제정해 산돌 조용선, 지은 박주옥, 노산 여영구 권사 등이 수상했다.
경북 영덕의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난 김 권사는 어려서부터 성경말씀을 붓글씨로 즐겨 썼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빛바랜 신약성경을 펴놓고 말씀을 썼다.
서예가로 본격 활동을 시작한 건 1983년 갈물회원이 되면서다. 서예전람회, 기독교서예대전, 신사임당·이율곡서예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했다. 김 권사는 산돌로부터 배운 봉서(조선시대 왕후의 궁인들이 썼던 글씨)를 즐겨 썼다. 지금까지 교회와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매주 서예를 가르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기독교서예상 시상식은 26일 경기도 과천 선바위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국기독교서예협회는 이날부터 7월3일까지 제9회 대한민국기독교서예전람회와 제11회 한국기독교서예협회 회원전도 개최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