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성(姓) 소수자" 농담에 발끈한 '성(性) 소수자'들

입력 2017-06-23 07:32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2일 국회로 찾아온 도종환 문호체육관광부 장관을 만났다. 취임 인사차 찾아온 도 장관과 인사를 나누며 '농담'을 건넸다. 추씨인 자신과 도씨인 도 장관의 성(姓)을 소재로 한 농담이었는데, 의도와 달리 비판에 시달려야 했다. 

추 대표는 도 장관을 만나 "정치권에서 '도(都)'씨가 희귀 성이고 '추(秋)'씨도 특이 성"이라며 "성(姓) 소수자가 장관이 되셨다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성 소수자 당 대표에 성 소수자 장관이니, 앞으로 문재인정부 성공을 위해서 많은 성과를 내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과 도 장관의 성이 모두 희성(稀姓)인 점을 들어 '성 소수자'라고 표현한 언어 유희였다. 하지만 이는 세심하지 못한 '말장난'이란 비판을 받았다. "사회적 차별을 받는 소수자들을 언어 유희 소재로 삼은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정의당 박원석 대표 후보는 공식 논평을 내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 성(性) 소수자들이 시민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추 대표 말은 비록 농담이라도 상처를 줄 수 있는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에선 '약자를 가지고 농담 하나' '우릴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등의 성 소수자들이 올린 듯한 반응과 댓글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추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이 발언을 삭제했다. 민주당도 당 공식 발언 자료에서 이 대목을 지웠다. 민주당 관계자는 "추 대표가 성 소수자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