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징역형과 벌금형 노역을 만료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김경준씨가 “(2007년) 기획입국을 제안한 장본인은 유영하 변호사”라고 주장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다. 김씨는 “이 사실을 김모 검사에게 전했지만 듣지 않았다”며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정조준했다.
김씨는 22일 오전 9시1분(한국시간) 트위터에 “나에게 기획입국을 실제로 제안한 자가 박근혜 변호사 유영하”라고 적었다.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폭로성 트윗 중 하나다. 김씨는 지금까지 모든 트윗마다 ‘BBK 사건’을 말머리로 붙이고 있다.
김씨는 3시간 전부터 폭로성 트윗을 적었다. 첫 글은 김 검사와 관련한 주장이었다. 김 검사는 현재 대검찰청 소속 검사장이다. 그는 “김 검사가 LKeBank 계좌를 통해 주가조작 거래 행위들을 혐의에서 빼주겠다고 했다. ‘왜 다른 거래들은 빼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빼면 너에게 좋은 것이 아니냐’며 화를 냈다. LK의 행위들을 (혐의에서) 빼는 것은 당연히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라고 썼다.
이어 “BBK 가짜 편지를 조작한 양승덕에게 감사 자리 마련하기 위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이 노력했고, 신명에게는 MB 측이 2000만원을 지불했다. 검찰은 다 알고 있으면서도 ‘가짜 편지 조작 역시 MB 측, 한나라당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양승덕씨는 김씨의 BBK 기획입국설과 관련해 신명씨에게 가짜 편지를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지목됐던 인물이다. 신씨는 2012년 7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런 내용을 폭로했다.
김씨는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후보였던 이 전 대통령을 투자자문사 BBK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 회사의 대표였다. 주가를 조작해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9년 징역 8년,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이에 앞서 2007년 입국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 제17대 대선을 앞두고서였다. 김씨는 자신의 입국 과정을 기획입국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천안교도소에 수감됐다. 징역형은 2015년 만료됐지만 검찰이 벌금형의 시효를 연장하면서 김씨는 노역장에 유치됐다.
김씨는 징역형의 기간, 검찰의 벌금형 시효 연장을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결국 형량을 모두 채우고 지난 3월 28일 출소했다. 미국 국적자인 김씨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외국인을 강제 추방하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청주교도소 외국인보호소로 옮겨져 심사를 받았고, 이튿날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김씨는 미국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며 BBK 사건과 관련한 폭로를 예고했다. 트위터는 지난 4월 개설됐다. 김씨는 트위터를 개설하면서 자신을 원고로 명시한 대전지법 판결문 사진을 올려 자신의 계정이라는 사실을 인증했다.
폭로성 트윗은 3시간 뒤 다시 이어졌다. 김씨는 “MB가 BBK 소유권을 재백한 ‘BBK 동영상’을 무마하기 위해 MB 측에서 조작한 것이 ‘가짜 편지’다. 그러므로 대선은 조작됐다. 이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심각한 범죄다. 검찰은 조작을 확인하고도 아무도 처벌하지 않았다”고 썼다.
또 “‘기획입국을 실제 제안하려고 나에게 왔던 사람이 박근혜(전 대통령) 번호사’라고 김 검사에게 말하자 그는 ‘듣기 싫고 민주당이 한 것에 대해 진술하라’고 했다. 기획입국 제안을 한나라당이 하면 괜찮고, 민주당이 하면 범죄라는 것이 김 검사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여기까지 밝히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 변호사’로 유 변호사를 지목한 트윗은 그 다음에 나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