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저소득층 통신비 월 1만1000원 깎아준다…‘기본료 일괄 폐지’ 공약은 무산

입력 2017-06-22 11:02 수정 2017-06-22 11:17

정부가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 등 329만명에게 휴대전화 통신비를 월 1만1000원씩 깎아주기로 했다. 현행 20%인 이동통신 요금할인율(선택약정할인율)도 25%로 상향 조정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하지만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기본료 월 1만1000원 폐지’는 무리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과 통신업계 반발을 극복하지 못한 채 사실상 무산돼 ‘공약 후퇴’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문재인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통신비 절감대책을 22일 발표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번 대책에서 취약계층의 통신비 인하에 초점을 맞췄다.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 193만명의 휴대전화 요금을 월 1만1000원씩 인하하고, 기존에 감면혜택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에게 추가로 월 1만1000원을 인하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정기획위는 취약계층 대상자 584만명 가운데 329만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는 다음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거쳐 오는 11월부터 절감대책을 시행할 방침이다.

일반국민들을 대상으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선택약정할인) 할인율도 20%에서 25%로 상향 조정된다. 국정기획위는 “요금할인율 상향 조정으로 평균 4만원 수준인 가입요금을 기준으로 볼 때 신규가입자는 월 1만원의 할인혜택을, 기존 가입자는 월 2000원의 할인혜택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데이터무제한 상품은 월 5만원 이하로(6만5890원→4만9420원), 음성무제한 상품은 월 2만5000원 이하로(3만2890원→2만4670원) 요금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중장기 대책으로는 기존 3만원대 요금제가 제공하는 음성·데이터(200분, 1GB)를 2만원으로 낮춰 제공하는 보편요금제를 도입키로 했다. 버스(5만개)와 학교(15만개)에 공공 와이파이 20만개를 설치해 직장인과 학생 등을 대상으로 연간 4800억~8500억원의 데이터 요금을 줄이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은 당초 정부가 내세웠던 기본료 폐지의 취지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료 폐지방안이 아니라 대상이 대폭 축소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인 통신사에 요금 인하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음에도 정부가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고, 결국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에서 “이동통신 가입자가 6000만명인데 일괄적으로 기본료를 폐지하면 8조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다”며 버틴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결국 미래창조과학부를 통해 통신비 인하를 압박했던 국정기획위는 노인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현실론으로 선회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