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실 행정관 내정자가 저서에 “임신한 선생님도 섹시하다”는 등의 여성비하 표현을 써 구설수에 올랐다. 이 때문에 온라인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탁 행정관은 2007년 자신을 포함해 4명이 공동 발간한 대담집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첫 성관계 경험을 비롯해 남다른 여성관을 피력했다.
이 책에는 “남자들이 성적으로 가장 열광하는 대상은 선생님이다. 임신한 선생님들도 섹시하다” “룸살롱 아가씨는 너무 머리가 나쁘면 안 된다. 얘기를 해야 하니까” “고등학교 1학년대 여중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 얼굴이 좀 어니어도 신경 안 썼다. 그 애는 단지 섹스의 대상이니까” 등의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여중생을 동년배 친구들과 ‘공유했다’고도 썼다.
앞서 탁 행정과는 자신의 저서 ‘남자마음설명서’로 여성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여기엔 “등과 가슴의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것은 남자 입장에서 테러를 당하는 기분이다”라고 표현해 비난을 샀다. 또 ‘콘돔을 싫어하는 여자’ ‘몸을 기억하게 만드는 여자’ ‘바나나를 먹는 여자’ 등으로 여성을 분류하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탁 행정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불편함을 느낀 분들께 죄송하다. 현재 나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 그릇된 사고과 언행을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그 후 여성 비하 표현이 또 다시 불거지자 야당은 일제히 탁 행정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대변인은 “삐뚤어진 여성관도 모자라 임신부에 대한 변태적 시각으로 신성한 모성을 모독했다”고 비판했고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은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추혜선 대변인도 “그릇된 성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탁 행정관은 문 대통령의 성공적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조차 “행정관직 유지는 어려울 것 같다”는 의견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화계에선 탁 행정관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배우 문성근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탁현민이 수고 많다. 국가 기념일 행사에 감동하는 이들이 많은 건 물론 문대통령님의 인품 덕이지만, 한편 ‘공연 기획·연출가'의 말랑말랑한 뇌가 기여한 점도 인정해야한다. 그가 흔들리지 않고 잘 활동하도록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썼다.
김미화도 지난 9일 트위터에 “십 년 전에 쓴 책 내용이 ‘여혐' 아니냐며 비난받는 탁현민 씨. 출간 이후 그가 여성들을 위해 여성재단, 여성단체연합의 행사 기획 연출로 기여해 온 사실을 홍보대사로서 봐온 나로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에게 십 년 전 일로 회초리를 들었다면 이후 십 년도 냉정하게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며 옹호했다.
한편 탁 내정자는 공연기획 관련 활동을 해온 인물로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이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갔을 때 동행한 측근이다. 지난달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에 내정됐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