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군과 이슬람국가(IS) 추 종세력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시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무슬림들로부터 빌린 히잡을 쓰고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 또 굶주림을 견디지 못한 현지 주민들이 담요나 종이 박스를 먹는가 하면 정부군을 상대로 한 인간방패로 사용되는 등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는 현지 증언이 나왔다.
영국 언론 인디펜던트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시민 1500여명이 고립된 마라위에서 기독교인들이 IS 추종세력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무슬림들에게 히잡을 빌려 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라위에서 탈출한 주민들의 심리치료 책임자인 지오이아 앤체타씨는 “일부 무슬림들이 기독교인 노동자들에게 히잡을 빌려준다고 한다”고 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현재까지 100여명의 주민들이 강을 헤엄쳐 건너는 등 목숨을 걸고 마라위에서 탈출했다.
마라위에 고립된 주민들의 열악한 상황도 알려졌다.
현지 정치인 지아 알론토 아디옹씨는 “일부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담요나 박스로 연명하고 있다”며 “박스를 조금이라도 연하게 만들기 위해 물에 담갔다 빼서 먹고 있다”고 밝혔다.
마라위는 이달 초 IS추종세력인 마우테 그룹에 점령됐다. 정부는 이들을 소탕하기 위해 계엄령을 선포하고 마라위에 포탄을 투하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마라위 주민들이 인간방패로 사용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