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의 부인 김숙희 여사가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사망한 고(故) 백남기씨의 유족을 20일 총리공관으로 초대해 위로했다
21일 총리실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날 오전 백씨의 부인 박경숙 여사와 장녀 백도라지씨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했다. 국무총리 비서실장인 배재정 전 의원과 손영준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이 함께 했다.
김 여사의 초청이 있었던 지난 20일은 유족들이 서울대병원에서 백씨 사망 268일 만에 '병사'에서 '외인사'로 사인이 수정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은 날이었다. 김 여사는 손수 버무린 죽순볶음과 직접 담근 된장, 전복, 굴비 등으로 유족들과 점식 식사를 함께 했다.
김 여사는 "꼭 한번 뵙고 싶었다. 그간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다"며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얼마나 괴로우셨을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위로하며 유족들의 손을 잡았다. 박경숙 여사는 "그래도 정권이 바뀌어서 가능한 일"이라며 총리 공관으로 초청해 준 데 대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장녀인 백도라지씨는 "그래도 많은 분이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님과 이 총리님이 병원과 장례식장에 여러 번 방문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 여사는 "백 선생님이 밀알이 돼서 이후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응접실로 이동해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박 여사는 "이번 경찰의 사과는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사인이 외인사로 바뀐 뒤 이철성 경찰청장이 지난 16일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사과했지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아 진정성 있는 사과로 볼 수 없다는 게 유족의 입장이다.
이에 김 여사는 "문재인 정권 5년, 희망을 갖자"고 위로했고, 백도라지 씨는 "총리공관은 앞에서 시위하던 대상이었는데 시대가 바뀌어 초대를 받아 오게 됐다"며 "촛불의 힘이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배 비서실장은 "김 여사께서 유족들과 만나는 제안을 먼저 하셔서 놀랐다"며 "전 정부의 일이지만 새 정부 관계자들도 대책을 논의 중일 텐데 총리실에서도 확인해서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여사는 "문 대통령이 복이 있다. 총리를 비롯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편 이날 식사에 앞서 김 여사는 박 여사의 손을 꼭 쥔 채 뒤뜰로 안내해 공관 구석구석을 설명하며 둘러봤다. 공관 뒤뜰의 900년 된 나무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에는 "900년 나무의 복과 기운을 받으시라"며 나무 씨앗을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최민우 인턴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