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 '한국산' 모터 달고 성주까지 226㎞ 직선비행

입력 2017-06-21 16:20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지난 8일 발견된 소형 무인기는 북한 강원도 금강군에서 발진한 것으로 밝혀졌다. 금강군은 군사분계선(MDL)에서 7㎞ 북쪽에 있다. 이로써 북한이 MDL 인근에서 군단급 무인기 부대를 운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무인기는 금강군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가 배치된 경북 성주 지역을 향해 직선으로 비행했다. 발진 시점이 사드가 배치된 지 불과 6일 뒤라는 점에서 북한군 정찰총국이 이번 무인기 침투를 지휘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처럼 특정 군사시설에 대한 무인기 정찰작전을 지속할 가능성이 커 감시태세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21일 “중앙합동조사팀이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비행경로 등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조사한 결과 북한 무인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인기 비행조종 컴퓨터에 입력된 비행경로에 따르면 이 무인기는 지난달 2일 오전 10시쯤 금강군에서 발진해 17분 만에 MDL을 통과한 뒤 오후 1시9분쯤 성주 사드기지 촬영을 시작했다. 다시 북상하다 추락한 것은 오후 3시33분이었다.

비행경로 기록에는 발진 지점부터 성주를 향해 직선으로 18개 항로점이 배치돼 있었다. 비행조종 컴퓨터에는 위치‧고도‧속도 등 52개 항목이 0.2초 간격으로 기록돼 있었다. 비행시간은 5시30분, 비행거리는 금강군에서 성주까지 226㎞, 다시 성주에서 인제까지 224㎞였다. 추락 원인은 연료부족으로 추정됐다. 엔진 비정상으로 비행속도가 떨어지고 연료를 과다하게 소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무인기의 엔진은 체코산, 날개 조종면을 움직여주는 서버구동기(모터)는 한국산, 비행조종 컴퓨터는 캐나다산, GPS는 미국산이었다.  모두 6개국 제품이 사용됐다.

이번 무인기는 2014년 백령도에서 발견된 것과 형상은 비슷했으나 엔진 2개를 장착했고, 연료탱크 용량이 3.4ℓ에서 7,4ℓ로, 배터리용량도 개당 2600㎃/h에서 5300㎃/h로 늘었다. 항속거리도 당시보다 2배 증가했다. 

군은 북한무인기 침투에 대해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군사도발”이라며 “모든 도발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군이 2014년 백령도에 북한 무인기가 침투한 뒤 대응책을 내놓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완비되지 않아 안이한 행태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북한 무인기는 작고 레이더 탐지가 힘든 2~3㎞의 저고도로 비행한다. 하늘색으로 위장해 포착이 힘들다. 연료 부족 등 자체 결함으로 추락하지 않는 한 얼마나 많은 북한 무인기가 침투했다 복귀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한이 무인기를 정찰용이 아니라 공격용으로도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은 이번에는 북한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를 개발에 조기에 전력화하겠다고 밝혔다. 차기 국지방공레이더의 작전요구성능에 소형 무인기 탐지능력을 추가해 2~3년 내 배치할 계획이다. 일부 육군 지상감시레이더와 열영상탐지장비(TOD)를 대공감시용으로 전환해 무인기 식별에 나서고 있지만 미흡한 상황이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