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 금연효과 기대 이하… 세수만 늘렸다"

입력 2017-06-21 11:23

정부의 담뱃값 인상이 목표했던 만큼의 흡연율 감소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세수는 정부가 애초 예상했던 수치보다 더 많이 늘었다.

한국납세자연명은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누적 담배 판매량은 11.1억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억갑 감소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올해 담배 판매량은 35.2억갑으로 예상된다”고 21일 밝혔다.

이 수치는 정부의 목표치보다 15% 낮다. 정부는 2015년 담뱃값을 인상하며 담배 판매량이 2014년에 비해 34% 낮은 연 28.7억갑으로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지만 실제로는 19% 감소한 35.2억갑에 그쳤다고 납세자연맹은 주장했다. 정부 목표치보다 연간 6.5억갑이나 더 많은 담배가 인상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담배 판매량은 36.6갑으로 정부 예상치보다 7.9억갑 많았다.

금연 효과는 낮았지만 세수 확장 효과는 확실했다. 담뱃값 인상으로 박근혜 정부는 2년 동안(2015~2016년) 9조원 정도의 세금을 더 걷었다. 문재인 정부도 향후 5년간(2017~2021년) 22조가 넘는 세수를 더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증세액 13조 9000억원보다 8조 3830억원 많은 액수다.


담뱃세가 국내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4년 2.6%에서 2015년에는 3.6%로 늘어났으며 2016년에는 4.0%를 기록했다. 이는 2013년 기준으로 따졌을 때 OECD 34개 국가 중 9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인 법인세율 인상도 담뱃값 인상만큼 세수확대 효과를 가져 오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법인의 법인세률을 22%에서 25%로 인상했을 때 증세액은 연 3조 2567억원. 담뱃값 인상으로 예상되는 증세액 연 4조4566억원보다 1조1999억원 적다.

납세자연맹은 “정부가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액 11조 2000억원의 상당 부분이 저소득자와 서민이 부담하는 담뱃세 증세액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복지증가가 국민의 삶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복지재원을 없는 사람보다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이 징수해야하는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없는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며 정부의 담뱃세 정책을 비판했다.

정부는 2015년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면서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