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정책통인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이 20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의 특별초청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 집권 5개월을 평가했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와 동맹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며 “세계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고 평가했다.
자유무역의 퇴보에도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하스 회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뿐 아니라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후보 등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했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TPP를 탈퇴해 더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무역은 문제도 있지만 일자리 창출, 적국 포용, 우방 지원 등 이점이 많다”라고 강조했다.
파리기후변화 협정을 탈퇴한 것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하스 회장은 “미국이 협정을 탈퇴한다고 해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연방정부가 기후 정책 일부만을 통제할 수 있어 주와 도시 단위에서 벌어지는 정책들은 기후협약 탈퇴와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다”며 “과잉해석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잘한 점도 2가지 꼽았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정권이 지난 4월 시리아에서 생화학 공격이 일어났을 때 무력을 행사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며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고도 아무 대가를 받지 않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외교에서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로 북한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메시지를 중국 지도부에 확실히 전달한 점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하스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을 때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건 지속될 수 없다는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시 주석이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다.
북핵 문제의 최선책으로는 중국을 통한 외교적 접근을 꼽았다. 하스 회장은 “비핵화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이다. 우선 상한선을 그어놓고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영향력을 발휘해야 한다. 중국은 영향력이 없다고 말하지만 충분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활용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마지막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변화가 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스 회장은 “기존 질서를 모두 폐기하기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의 혼란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바꿔나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또 “의회에서 설득하고 안 되면 후임 정권이라도 세계를 수호하는 전통적인 미국의 역할로 돌아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글·사진 권준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