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가격 인상 철회를 발표한 프랜차이즈업체 BBQ가 장난스러운 사과 공지로 네티즌 뭇매를 맞았다.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한다" 등의 문구로 논란이 일자 이를 수정했다. 그러나 사과문 수정 후에도 댓글 수백 개가 달리는 등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BBQ는 19일 오후 공식 블로그(http://blog.bbq.co.kr)에 '비비큐 가격 인상 철회.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사과 공지를 띄웠다.
BBQ는 사과문에서 가맹점주 수익 보호를 위해 8년 만에 가격을 올렸지만, 이를 없었던 일로 하고 기존의 가격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또 가맹점 수익 보호를 위해 가격 인상 외에 다른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BBQ가 "고객 여러분의 마음을 다시 허락받고자 한다"면서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합니다, 아량을 베풀어 거둬 주십시오. 죄송합니다"라고 적었던 것이 화근이 됐다.
공식 홈페이지가 아닌 블로그에만 올라왔던 이 사과문은 게재 하루 만인 20일 오후부터 캡처돼 여러 커뮤니티로 퍼졌다. BBQ 일부 지역 가맹점은 고객에게 공식 블로그 사과를 바로 볼 수 있는 문자 메시지를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과문에는 20일 낮까지 불과 수십 개의 댓글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로 퍼진 지 반나절도 되지 않아 댓글은 500개로 불어났다. 대부분 "사과문처럼 보이지 않는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짧은 시간에 비판 댓글이 수백개가 달려서인지, BBQ는 이날 저녁 늦게 논란이 된 문구 일부를 수정했다.
"싸나이답게, 시원하게 용서를 구합니다"는 문구는 "진심으로,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라고 바뀌었다.
그러나 문구 수정 후에도 비판 댓글은 여전히 달렸다.
BBQ는 지난달과 이달 5일 두 차례 걸쳐 최대 2000원 인상했던 치킨 가격을 16일 원상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관들이 BBQ 지역사무소를 상대로 현장조사에 나선 다음 날이었다.
가격 인상 번복을 두고 '김상조 효과'가 나타났다는 말이 돌았지만, 김상조 신임 공정위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BBQ 등 치킨 업계가 가격 인상과 철회를 반복한 데 대해 "공정위는 물가관리기관이 아니다.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것을 분명히 말한다"고 선을 그었다.
김상조 위원장은 "시장지배적사업자 남용에 대해 가격남용행위에 해당하거나 담합때문에 가격을 올리는 사유가 아니라면 공정위가 개별기업의 가격 결정문제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