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공무원들이 민원인 응대에 불성실하고 규제에 나서면서 고압적인 언행을 일삼아 빈축을 사고 있다.
민원인과의 전화 통화 중에 “(이야기)반복하지 마세요. (나)배고파 죽겠소” 라며 무성의한 답변을 늘어놓는가 하면 여성 혼자 운영하는 화원에 공무원 5~10명이 수차례 몰려가 고압적인 언행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더구나 해당 민원인이 이들 공무원의 고압적인 언행에 대한 부당함을 여수시청 감사실에 호소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12명이 몰려와 별도의 사안까지 트집을 잡는 등 보복 행정 논란도 일고 있다.
19일 여수시와 민원인 등에 따르면 웅천지구에서 화원과 카페를 운영하는 A씨(53·여)는 2013년 8월부터 화원 앞 40㎡ 규모의 완충녹지에 화분과 소나무 분재 등을 놓은 뒤 수국과 야생화를 심어 작은 화단을 꾸몄다.
인근을 지나던 주민들이 예쁘게 꾸며놓은 화단을 보기 위해 하나 둘씩 찾아오는 등 주변의 반응이 좋자 A씨는 화단을 계속 가꾸기 위해 여수시 고위 공무원과 면담을 가졌다.
A씨는 면담 과정에서 “‘완충녹지를 예쁘게 꾸미고 가꾸니 주민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설명하자 고위 공무원은 ‘참 좋은 일을 하신다. 이런 분이 우리 시에 많이 있어야 하는데요’라며 칭찬을 들었다”고 했다.
이처럼 3년간 화단을 보기 좋게 가꿔온 A씨는 지난해 8월 이웃의 민원 제기로 원상 복구 명령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과 시민 등 300여명과 함께 ‘버려진 완충녹지를 예쁘게 가꾸고 있으니 사용을 허락해 달라'며 여수시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서명한 시민들도 “완충녹지에 꽃과 나무, 소품 등을 예쁘게 가꾸는 시간과 비용이 들었기 때문에 지속해서 가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에도 불구하고 시 공원녹지과 공무원들은 지속적인 철거를 요구했다.
이씨는 “어떤 때는 점심시간인 오후 12시10분인데도 벌써 식사를 했는지 이쑤시개로 이빨을 쑤시면서 12명의 공무원이 몰려와 다짜고짜 치우라고 했다"면서 "허리디스크로 고생하는 자신이 화분을 다 옮길때까지 계속 명령만 하는 공무원을 보며 '내가 낸 세금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억울함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단속 나온 한 공무원은 화원 정문 앞 지반이 침하해 물이 고이자 손님들의 왕래가 불편한 탓에 자비를 들여 포장공사를 했는데 심지어는 이곳까지 다시 뜯어내라고 했다”면서 “큰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시를 위해서 한일인데 공무원들이 떼로 몰려와 고압적인 언행을 일삼는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이재종 여수시 녹지담당은 “민원 현장에 (공무원)1명이 나가든, 10명이 나가든 상황에 따라서 나가는 것인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서 “또 (민원 현장에)1명이 나가고 5명이 나가면 뭐라고 할 건가요”라며 비웃는 듯한 어조로 반박했다.
여수=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
여수시 공무원들 민원인 통화중 “배고파죽겠소”, 이쑤시개 입에 물고 민원현장 지적
입력 2017-06-20 17:52 수정 2017-06-21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