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故 백남기씨의 유족들이 20일 백씨의 사망원인을 ‘병사(病死)’에서 ‘외인사(外因死)’로 수정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지난해 9월 25일 백씨가 사망한 지 268일 만이다.
백씨의 부인 박정숙씨와 장녀 도라지씨 등 유족들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사망의 종류’ 란에 ‘외인사’ 표시가 적힌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았다. 백도라지씨는 “외인사로 변경된 진단서로 사망신고를 할 계획”이라며 “진정한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신고)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시위 현장에서 백씨는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은 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백씨는 쓰러진 지 317일이 지난 지난해 9월 25일 결국 세상을 떠났다. 당시 주치의였던 백선하 신경외과 교수는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재해 논란을 일으켰고, 유족들도 이에 반발해 지금까지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망진단서 발급 직후 유족들과 백남기투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시위 진압 관련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백도라지씨는 “경찰의 사과는 이철성 경찰청장이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 앞에서 ‘원격 사과’를 발표한 것”이라며 “사과엔 아버지가 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경찰이 정권이 바뀌자 왜 태도가 급변했는지, 아버지가 쓰러진 후 1년 7개월 간 우리의 사과 요구를 왜 외면했는지 해명하라”고 비판했다.
백씨는 또 “이철성 청장이 사과하려면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같이 와서 사과해야 하고, 사과에 물대포 직사살수 등 내용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청장은 백남기씨가 물대포에 맞아 쓰러질 당시 경찰총수였고, 현재 유족들로부터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백남기투쟁본부도 기자회견에서 “백씨를 사망케 한 국가폭력과 사인 조작 시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서울대병원은 서창석 원장과 주치의였던 백선하 교수를 징계하고, 검찰은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해 경찰 고위 책임자 등을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