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 '책 도둑' 잡고 보니… 행시 8년 낙방한 30대

입력 2017-06-20 09:03

서울 관악경찰서는 독서실을 돌아다니며 고시생 서적만 상습적으로 훔친 A(33)씨를 절도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올해 1월 중순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신림동 일대 독서실에서 17차례에 걸쳐 54권의 수험서적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훔친 책을 중고서점에 1만~2만원에 판매했다. 이를 구입한 중고서점 주인들도 장물취득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A씨는 독서실에 몰래 들어가 고시생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책상 위에 놓아둔 책을 훔쳐 달아나곤 했다. 2007년부터 2015년까지 행정고시를 준비하다가 실패하자 생활비와 유흥비 마련을 위해 절도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신림동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다 잇따른 고시 실패 후 PC방이나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생활해 왔다.

A씨는 "나도 오랫동안 공부한 입장에서 다른 고시생의 휴대폰과 노트북을 훔치기 미안해 상대적으로 값이 싼 전문서적만 훔쳤다"고 진술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