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옥 크레디아 대표 “디토는 정통 클래식으로 승부해 왔다”

입력 2017-06-20 07:11 수정 2017-06-20 07:26
앙상블 디토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는 정재옥 크레디아 대표. 크레디아 제공

“앙상블 디토를 처음 만들었을 때 5년이나 10년 뒤의 그림은 그리지 않았어요. 그저 하나의 프로젝트로 출발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10년 뒤 20주년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주축이 된 앙상블 디토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클래식계 아이돌’로 불리는 디토를 만든 정재옥(53) 크레디아 대표가 19일 서울 서초구 심산아트홀에서 열린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소회을 밝혔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늘 구석에 서있던 그는 이날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우리나라 클래식 시장은 스타 솔리스트와 유명 오케스트라의 공연만 잘 됐다. 아무리 뛰어난 실내악팀이라도 티켓 500장을 팔기 어려웠다”면서 “용재를 만나면서 우리나라에서 실내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오랜 꿈을 실현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크레디아는 한국의 대표적인 클래식음악 전문 공연기획사다. 그는 2003년 미국 줄리어드 음대 강효 교수가 이끄는 실내악단 세종 솔로이스트 내한공연 당시 멤버였던 용재 오닐을 처음 소개받았다. 용재 오닐의 음악적 재능을 높이 산 데다 미국에 입양된 미혼모 엄마를 둔 기구한 개인사 등이 안타까워 국내 매니지먼트를 맡게 됐다. 2004년과 2005년 단독 리사이틀을 여는 동안 용재 오닐은 개인사가 TV를 통해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그는 “비올라가 독주악기로서 다소 제한이 있는 만큼 용재가 다른 좋은 연주자들과 실내악 팀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면서 “실내악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던 용재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앙상블 디토가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재는 링컨센터에서 실내악을 했으며 현재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인 에네스 콰르텟 멤버로 활동할 만큼 실내악에 남다른 재능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앙상블 디토는 국내외에서 활약하는 젊은 한국계 혹은 친한파 남성 연주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팀이다. 음악감독을 맡은 용재 오닐을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매년 조금씩 바뀐다. 그동안 거쳐 간 멤버로는 스티브 린·지용(피아노), 쟈니 리·스테판 피 재키브(이상 바이올린), 마이클 니콜라스·패트릭 지(첼로) 등이 대표적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대거 영입한 앙상블 디토. 맨왼쪽이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크레디아 제공

 연예계의 아이돌 그룹처럼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한 크레디아의 전략은 첫해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탁월한 연주력뿐만 아니라 스토리를 전달하는 공격적인 PR과 마케팅, 혁신적인 프로덕션을 시도하며 화제의 중심에 선 것이다. 또한 길거리 게릴라 콘서트, 화보촬영, 뮤직비디오 제작 등 클래식 단체로서는 유례없는 활동을 펼쳤다. 덕분에 실내악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대중성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이지만 앙상블 디토의 공연은 잇따라 매진을 기록했으며, 멤버들은 상업 광고의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당시 국내 클래식계 분위기는 근엄해서 홍보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격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앙상블 디토에 대해 처음엔 호의적이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앙상블 디토의 첫 공연 티켓이 매진되고 젊은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을 접했을 때 길게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밝혔다.

 디토가 대중음악과 적당히 섞은 크로스오버가 아니라 정통 클래식 음악으로 승부해 온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실내악에서 교향곡으로 레퍼토리를 넓히는 한편 현대음악 등 국내에서 평소 듣기 어려운 곡까지 연주하는 실험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갔다.

 그는 “비록 마케팅 스타일이 정통적이지는 않았지만 디토의 음악은 확실하게 정통을 지켜왔다. 쓴 맛이 날 것 같은 약의 포장을 조금 바꿔서 사람들이 좀더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만든 것과 같다”며 “디토가 클래식으로 젊은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디토는 10주년을 기점으로 재도약을 예고했다. 새로운 디토를 위해 젊은 아티스트를 대거 영입한 ‘디토 뉴 제너레이션’ 시대를 연다. 2015 차이콥스키 콩쿠르 1위 없는 2위인 바이올리니스트 유-치엔 챙(Yu-Chien Tseng), 한국인 최초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문태국, 2016 자크 랑슬로 국제 클라리넷 콩쿠르 우승자 김한 등이다.

 그는 “25살이던 용재를 처음 만났는데, 이제 내년에 용재가 마흔이 된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에 디토에 새로 함께 하는 연주자들이 20대 초반으로 용재와 20살 안팎 차이난다”면서 “용재가 앞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젊은 연주자들의 멘토로서 역할을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또 오비 멤버들은 솔로 활동을 하면서 디토 페스티벌의 스페셜 프로그램으로 꾸준히 설 예정이다”고 피력했다. 이어 “디토 페스티벌이 나중에는 교육과 연주가 동시에 이뤄지는 미국의 아스펜 음악제처럼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카니발’을 주제로 한 이번 디토 페스티벌은 지난 14일 스테판 피 재키브 & 지용의 ‘디어 클라라’로 시작돼 오는 7월 4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