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 이후 자신에게 절을 한 할머니를 일으켜 세운 장면이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밀양에서 온 이 할머니는 문 대통령과 남다른 인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서 열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시 선포식에 참여해 축사를 했다. 축사를 마친 뒤 무대에서 내려온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악수를 하며 현장을 떠나려 했다.
이때 빨간색 옷을 입은 한 할머니가 다가와 지팡이를 내려놓고 문 대통령 앞에 엎드려 절을 했다. (영상에서 이 장면은 38분쯤 부터 나옵니다.)
문 대통령은 당황한 듯 자리에 앉아 할머니를 일으켜 세웠다.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또 다른 할머니도 문 대통령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의 손을 잡고 악수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주변에 있던 보좌진이나 경호원들도 문 대통령과 할머니의 만남을 만류하지 않았다.
부산 기장군 고리원자력본부는 12년 동안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를 외치며 싸워온 주민 4명을 초대했었다. 초대에 응한 4명의 주민은 밀양송전탑 건설을 막아달라는 편지를 청와대로 보냈다면서, 대통령에게 해당 편지를 읽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장면이 방송을 통해 공개된 이후 할머니와 문 대통령의 과거 인연이 재조명 됐다. 문 대통령은 2014년 6월 국회의원 시절 밀양 위양마을에 위치한 송전탑 반대 움막 농성장에 방문했다.
문 대통령 앞에서 절을 한 빨간색 티셔츠의 할머니는 이때 만난 손희경 할머니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농성을 이어가던 손 할머니에게 “무언가 도울 길을 찾겠다. 그러니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밀양송전탑 문제는 2005년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69기의 송전탑이 밀양에 세워졌지만 반대 150여 가구가 한국전력의 보상금 수령을 거부하며 갈등을 빚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준비 중인 신규 원전 건설계획은 전면 백지화하겠다”며 “지금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는 안전성과 함께 공정률과 투입 비용, 보상 비용, 전력 설비 예비율 등을 종합 고려해 빠른 시일 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