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하고 절실하면 기적을 만들어 내는 것일까. 쉰 중턱을 맞아 홍대 미대 미술실기과정을 수료하고 미대에 편입해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박수현 작가의 예술과 삶이 그렇다. 박수현은 어린 시절 낙동강 상류에 있는 조그마한 강촌에서 자랐다. 소녀는 그림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하지만 스케치북과 크레용과 물감을 살 수 있는 형편이 못 돼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렸으며 강물을 물감으로, 하늘과 뭉게구름을 도화지 삼아 흔적도 남지 않는 그림을 그렸다.
뒤늦게 붓을 든 박 작가의 철학적 깊이가 예사롭지 않다. 강가를 바라보며 노자(老子)의 사상인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떠올리는 등 대자연의 원리와 이치를 한 폭의 그림으로 쉽게 설명한다.
“지극히 착한 것은 물과 같다는 최고의 선(上善)을 물에 비유해 상선약수라 하지요. 우리 삶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며 다투지 않습니다. 물은 아랫부분을 완전히 채우면서 수평을 유지하며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며 더러운 것을 씻어주며 담기는 그릇에 따라 수없이 변하면서도 본래의 성질은 변하지 않는 자연스럽고 겸허한 덕을 가지며 자연의 이치뿐만 아니라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도 우주자연의 이치를 함축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박 작가의 말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강가에 서면 무언가를 생각하고 표정을 짓거나 행동을 한다. 물 위에 비치는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 따뜻한 햇살을 품은 잔잔하고 간결하고 눈부시게 반짝이는 물결의 움직임에 무장해제 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시원하고 상쾌한 강바람에 두터운 겨울옷도 훌쩍 벗어버리거나 신발을 신은 물속으로 풍덩 빠지기도 한다.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흐르는 강촌에 집중해왔다. 화폭에 담긴 꽃과 연못, 강변 등은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한 행복의 상징물이다.
작가의 노트엔 온통 ‘쉼’을 찾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가득하다. 자연과 서로 어울리는 느낌으로 가장 진실한 언어라는 그림을 통해 보잘 것 없는 강가의 잡초라도 강한 생명력으로 되살려낸다.
그는 끝없는 사유를 통해 미성숙한 시대의 순간순간들의 감정들이 세월의 흐름에 부대끼며 내적인 의미를 평온이라는 연관성과 열정적인 에너지를 삶의 경험으로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사물의 형상이 보이도록 추상으로 기울지 않게 느낌과 감성의 다양성과 이미지를 생성하는데 예술적 변화를 표현한다. 주제와 연관된 이야기 속에서 보는 것을 유도한다. 관객의 쉼을 찾아주기 위해서다.
박 작가는 “강가에 서면 바라만 보아도 무아지경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면서 “강가에 앉아 찰랑이는 물결의 숨소리를 듣다보면 참 평온과 평화가 무언지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90여 차례의 개인전·그룹 및 단체전을 가진 그는 대한민국 현대조형미술대전 특별상·특선·입선, 세계평화미술대전 입선 2회, 대한민국 현대여성미술대전 특선 2회, 국토해양환경 미술대상전 특선·입선, 전국회룡미술대전 입선, 스웨덴 아트콜렉션 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서울미술협회, 현대여성미술협회 운영위원이자 초대작가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