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박해 등으로 인한 세계 강제이주민의 수가 6560만명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구 규모 세계 22위인 영국 인구보다도 많은 수치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세계 난민의 날을 하루 앞둔 19일 글로벌 동향보고서를 공개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강제이주민은 6560만명으로, 전년 대비 약 30만명 증가했다. 세계인 113명 중 1명은 집을 잃고 떠돌고 있다는 얘기다.
강제이주민은 크게 난민, 국내 실향민, 자국을 떠난 난민 신청자의 3가지 집단으로 분류된다. 난민은 2250만명으로 UNHCR 집계사상 최대치였다. 이 중 1720만명은 UNHCR 관할에 속하며 나머지는 자매기관인 유엔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가 보호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이다.
세계 최대 난민발생국은 시리아였다. 시리아에서만 550만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난해 난민 증가의 주범은 같은 해 7월 남수단에서 재개된 내전이었다. 지난해 73만9900명의 남수단인이 내전을 피해 국경을 넘었고, 현재 남수단 난민 수는 187만명에 달한다고 UNHCR은 밝혔다.
자국 영토 내에서 피신 중인 국내 실향민은 4030만명이었다. 전년 4080만명에 비해 소폭 감소하긴 했지만 전체 강제이주민의 3분의 2를 차지해 세계적인 문제로 드러났다. 자국을 떠나 국제사회의 보호를 원하는 난민 신청자는 280만명으로 집계됐다.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은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숫자”라면서 “(강제이주민의 규모는) 위기 사태를 예방·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은 물론 세계 난민, 난민신청자, 국내실향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공동노력의 필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를 찾는 난민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까지 우리나라에서 1807명이 난민과 인도적 체류 지위를 인정받았고, 6861명이 난민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말까지 누적된 난민 1463명, 인도적 체류 대기자 5442명에서 소폭 증가한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 출신 난민·난민신청자는 전 세계 526명이었으며 북한 출신 난민 신청자·인정자는 1955명으로 조사됐다.
세계 난민의 84%는 저소득 혹은 중산층 국가가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난민 수용의 불균형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UNHCR 관계자는 “난민수용에 대한 각국의 의견 일치가 부족하다는 사실과 많은 빈곤국이 분쟁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점, 난민과 실향민을 보호하는 국가와 지역사회 지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난민수용국에 대한 지원 부족은 해당 국가의 불안정으로 이어져 인도주의 구호활동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2차 실향 사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